"의대만 답은 아니죠"…삼성·하이닉스 계약학과 가보니 [출동!인턴]

기사등록 2026/09/17 07:00:00 최종수정 2026/09/17 07:01:47

서강대·연세대 가보니 기업 인턴·채용 공지

기업 연계에 취업 안정성까지…학생 관심 커

5개 대학 지원자 5992명…전년比 19.4%↑

의대 준비하다 반도체 계약학과 택하기도

반도체 자체에 대한 관심도 진학 이유로

[서울=뉴시스]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5일 서울 마포구 소재 서강대학교 떼이야르관 6층에 마련된 SK하이닉스 거점오피스.2026.09.15.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김하은 인턴기자, 진민아 인턴기자 = 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서도 반도체 관련 학과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는 가운데, 기업과 연계된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있는 건물 게시판에는 SK하이닉스 인턴십과 채용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같은 날 찾은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에서도 삼성전자 채용 관련 공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대학의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각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 연계해 운영되는 반도체 계약학과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맺고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학과로, 학생들은 장학금과 인턴십 등의 혜택을 받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협약 기업 취업으로 연계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실제 학생들은 왜 이 학과를 선택했을까.

◆“취업까지 연결되는 게 매력”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25학번 심모(21)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반도체 관련 전공을 생각했다.

물리에 관심이 많았던 심씨는 순수 자연과학을 공부해 대학원까지 진학하는 것보다 전공과 취업이 연결되는 계약학과가 자신에게 더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의 연계가 진학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심씨는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며 "기업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진로에 대한 안정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의 이모(23)씨는 조금 다른 경로로 이곳에 왔다.

이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삼수를 하며 의대 진학을 준비했다. 이후 성적과 진로를 고려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선택했다.

처음부터 반도체가 1순위였던 것은 아니었다. 이씨는 입학 당시 계약학과를 일종의 ‘차선책’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의대를 준비했기 때문에 반도체를 차선책으로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다"며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학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25학번 동기들 가운데 반수를 하거나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최근 반도체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학과에 대한 자부심도 더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김대건관 K관에 마련된 SoHy 반도체 설계센터. 하이닉스반도체의 지원을 받는 산학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설·운영되고 있다.2026.09.15.

◆"지원자도 크게 늘었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올해 수시모집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종로학원이 2027학년도 수시모집 결과를 분석한 결과,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 등 5개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에는 5992명이 지원했다. 전년보다 19.4%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평균 경쟁률도 23.90대 1에서 28.53대 1로 상승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연계된 고려대·서강대·한양대 계약학과 지원자는 3152명으로 전년보다 27.3%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연계된 연세대·성균관대도 2840명이 지원해 11.7% 늘었다.

개별 학과 가운데서는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66.15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44.41대 1,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36.84대 1이었다.
[서울=뉴시스]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인근 입시학원가. 건물 1층부터 상층부까지 입시학원 간판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2026.09.16.

◆"의대 못지않은 성적 형성될 수도"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반도체 계약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대표는 "산업 호황으로 반도체 계약학과에 대한 급격한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의대 못지않은 높은 입학 성적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함께 기업과 취업이 연계된다는 점이 학생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심씨도 계약학과의 가장 큰 장점으로 취업 연계를 꼽았다.

심씨는 "대학에 들어온 뒤 진로를 다시 고민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취업까지 연결되는 전공이라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의대를 준비했던 입장에서 취업에 대한 불안이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서울=뉴시스] 김하은·진민아 인턴기자 =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학생 공간 인근 게시판에 삼성전자 등 기업 채용 관련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2026.09.16.

◆기업 연계만 믿어도 될까
다만 계약학과라고 해서 취업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대학 간 계약 기간이나 산업 상황에 따라 학과 운영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계약학과에서는 기업과의 협약이 종료되면서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는 사례도 나왔다.

계약학과에 진학한 학생들도 기업 연계에만 기대기보다는 전공 자체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심씨는 "기업과 연결돼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결국 반도체를 공부하는 만큼 전자공학 등 전공 자체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반도체를 공부하고 싶어 계약학과를 선택했다. 반면 이씨는 의대를 준비하다 진로를 바꿔 이곳에 왔다.

출발점은 달랐지만 두 학생 모두 현재 학과 생활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반도체 계약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단순히 기업 취업에만 있지는 않았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전공인지, 졸업 후 어떤 진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등을 함께 따져 진학을 결정했다고 학생들은 설명했다.

올해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 지원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가운데,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선택에서도 반도체 계약학과가 어떤 이유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