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 플랫폼서 백신 못구해
이른 독감에 국가예방접종 차질 우려
인플루엔자(독감)이 예년보다 빠르게 급증하면서 독감백신 접종이 시작되기도 전에 병·의원에서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백신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독감백신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추석 연휴까지 겹쳐 이 기간 배송 차질로 인해 국가예방접종(NIP)이 제 때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의료계와 개원가 등에 따르면 블루팜코리아 등 병·의원 전용 의약품 유통 플랫폼에서 현재 독감 백신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플랫폼은 오는 28일부터 출고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국가예방접종(NIP)이 시작되는 21일보다 일주일이나 늦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인플루엔자가 이례적으로 늦여름인 8월말부터 유행하고 있다. 질병청은 이에 지난 11일 0시를 기해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21일부터 어린이, 임신부, 고령층 등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시행할 예정인데, 의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실제 블루엠텍이 운영 중인 병·의원 대상 전문의약품 이커머스 플랫폼 '블루팜코리아'에서는 현재 독감백신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블루팜코리아는 전국 의원급 요양기관 3만7000여 곳 가운데 2만5000여 곳이 가입해 있는 플랫폼이다.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참여한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 아벤트스코리아가 계약한 공급 물량 가운데 50만 도즈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급 차질 우려가 불거졌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은 2026-2027절기 국가예방접종을 위해 약 1233만 도즈의 백신을 확보했고, 국가예방접종 일정에 맞춰 차질없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가예방접종 백신 적기 공급을 위해 조달 물량을 녹십자로 대체해 사노피가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는 총 물량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의료 현장에서는 '백신을 구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에 따르면 수입 백신의 국가출하승인은 지난 8~10일 이뤄졌는데 이 백신이 각 의료기관에 배송하는데 까지 통상 1주일 이상 걸린다. 여기에 추석 연휴까지 겹치면서 일정이 더 늦어질 수 있어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의료 현장에서는 한쪽에서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동안 다른 쪽에는 재고가 쌓이는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의 경우 수입 백신의 국가출하승인이 이달 8~10일에 이뤄졌고 배송에 통상 1주일 이상 걸리며 이번에는 추석 연휴(9월 24~26일)까지 겹쳐서 백신 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인플루엔자가 8월 말부터 유행하는 등 예년보다 한 달 가량 빠르게 찾아오면서 국가예방접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의심환자) 표본감시 결과 올해 36주차(8월30일~9월5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 나타났다. 이는 이번 절기 유행기준(12.9명)을 2배 가까이 초과한 수치다. 전년 동기간(6.6명) 대비로도 높은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호흡기 환자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도 16.3%로 나타났다. 33주 5.4%에서 34주 10%, 35주 12.3% 등으로 4주간 연속 증가세다. 최근 검출되는 바이러스는 주로 A(H1N1)pdm09이다.
의료계는 백신 공급 차질은 전체 백신 물량 부족 때문이기 보단, 유통 구조의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급 부족으로 제약사들이 가격을 올려 도매상에 공급하고, 일부 도매상들은 대량 사재기를 해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면서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웃돈을 줘도 백신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개원가 의사는 "지난해까지 개원가에 공급되는 독감백신 가격이 도즈당 1만원대에 형성돼 있었는데,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자 공급사들이 가격을 1만3000~1만5000원으로 올렸는데도 그마저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며 "이른 독감 유행에 백신을 구하지 못해 다급해진 의원들이 웃돈을 주고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불균형이 생겼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백신 공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탁의료기관 간 백신 이전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그동안 독감 백신 공급에 있어 불균형, 불공급, 불안정 등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물량 부족이 아니라 배분과 공급 경로의 문제"라며 "독감 백신 부족 해결을 위해서는 위탁의료기관 간 백신 이전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감 백신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백신 재고가 있는 의료기관이 백신이 부족한 의료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관할 보건소의 승인을 받아 관내 위탁의료기관 간 백신 이전을 허용한다는 한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햇다.
두 번 접종을 해야 하는 생후 6개월 이상 만 9세 미만 아동의 접종 부족 문제도 지적했다. 생후 6개월 이상 만 9세 미만 아동의 경우 처음 접종하는 경우 4주 간격으로 두 번 맞아야 한다.
최 회장은 "기관별 소요량이 대상자 수만으로 산정되면 1인당 1도즈로 잡혀 두 번째 접종분이 부족하게 되므로 2회 접종 대상 아동 수에 2를 곱한 값을 기관별 소요량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4일부터 26일 추석 연휴 기간에 배송이 멈출 경우 실제 접종이 연기돼 10월에나 독감 백신 접종 시작이 가능해 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용재 회장은 "독감 백신 접종 기간 한 병원에서 추가 주문이 막혀 예약을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데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쓰이지 않은 재고가 남아 있는 상황이 일어나는 사례가 많았다"며 "백신이 없어 독감 백신 접종을 늦추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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