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과 한국관광공사 글로벌 캠페인 동반 출연 계기 모국 첫 방문
신곡 '사키나' 뮤비 서울 촬영
이달 '논산월드뮤직페스티벌'·잔다리 페스타 잇단 출연
부산 입양아 출신 전방위 예술가
연작 '용광로'로 유럽 평단서 호평
아프로비트·사이키델릭 팝·신스웨이브 넘나드는 탈경계 사운드
"인간 향한 애정이 음악보다 앞선다"
자신의 미들 네임을 딴 예명 '키(Ki!)'로 활동하는 그는 작곡과 프로듀싱은 물론 기타, 베이스, 드럼, 신시사이저 등 전 악기를 홀로 연주하고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제 손으로 완결 짓는 전방위 음악가다.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을 연상시키는 사이키델릭 팝부터 펠라 쿠티식 아프로비트, 마리아치, 서프 록, 훵크, 베트남 기타 미학과 80년대 레트로 신스웨이브까지, 그의 손을 거친 장르들은 기이할 만큼 유려하게 포개어진다.
2022년 스무 곡을 눌러 담은 정규 1집 '더 보이 프롬 해운대 비치(The Boy From Haeundae Beach)'로 덴마크 유력 음악지 가파(GAFFA)에서 별 6개 만점을 받았고, 2024년 4월부터 차례로 선보인 연작 정규 2집 '용광로 파트 1(Yong-Gwanglo Part One)'과 '용광로 파트 2(Yong-Gwanglo Part Two)' 역시 현지 평단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갈채를 받았다. 일간지 폴리티켄(Politiken)은 하트 5개를 부여하며 '키는 더 레이브오넷츠(The Raveonettes)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현상이 될 수 있다'고 상찬했다.
키는 "부산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에 덴마크로 입양됐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꽤 덴마크인이라 느끼고, 몇 단어를 제외하면 한국어를 전혀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제가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덴마크인으로 살아간다는 점은, 저를 다방면의 영감을 찾아 세상 밖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나 자신을 찾고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음악 안에서도 다양한 영감을 구했다"고 돌아봤다.
이러한 태도는 앨범 타이틀로 차용한 한국어 단어 '용광로'의 탄생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아주 단순합니다. 제 음악들은 결이 모두 매우 다릅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널뛰죠. 아프로비트이기도 하고 펑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즐거움(multi fun)' 혹은 '멜팅 팟'이라는 개념을 떠올렸고, 이를 한국과 연관시키고 싶었습니다. 당연히 한국어로 번역을 해야만 했죠. 그래서 안타깝게도 용광로라는 한국어 단어는 나중에 찾아서 붙이게 됐지만, 영어의 멜팅 팟과 똑같은 의미를 담고 있기를 바랍니다."
그에겐 자신이 태어난 나라로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 촬영 프로덕션 자체도 경이로웠다.
첫 내한 무대의 기억 역시 남달랐다. 잔다리페스타 전날 오른 충남 논산 션샤인 스튜디오 무대에 대해 "사람들은 너무 친절했고 그곳의 건축물도 멋졌으며 논산 지역 전체가 꽤 아름다웠어요. 공연하는 것도 정말 즐거웠다"며 "무엇보다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아주 거대한 의미가 있었다"고 짚었다.
키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무척 인상 깊었던 것이 있어요. 우스꽝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하철 시스템에서 열차가 들어오고 나갈 때 나오는 멜로디에 담긴 일종의 행복과 환희였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기차가 들어올 때 그저 단순한 경고음만 나요. 그런데 한국의 지하철 멜로디는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기분 좋게 고양된 방식으로 알려준다고 생각해서 제 마음을 완전히 빼앗았습니다. 저는 그 소리가 무척 좋았습니다."
또한 서울의 소리나,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들은 풍경의 소리도 훌륭했다. 자신이 태어난 부산의 해운대 해수욕장 등 여러 해변에 갔던 기억도 떠올렸다.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뿌리의 부재라는 상실을 타자를 향한 끝없는 호기심과 다정함으로 치환해 낸 키의 음악은, 무언가 다가오고 있음을 명랑하게 알리는 지하철의 진입 멜로디를 닮아 있다. 타인의 온기를 기꺼이 자기 안의 도가니에 쏟아붓고 국경 없는 소리로 되돌려주는 그의 여정은, 음악이야말로 인간이 세상에 건넬 수 있는 가장 너른 환대의 통로임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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