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못 따라간 시급…시간당 구매력 1년 새 0.3% 감소
8월 휘발유값 3.9% 올라…물가 상승분 3분의 1 넘어
1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이 전날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4% 올랐다. 같은 기간 민간 비농업 부문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3.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평균 시간당 실질임금은 8월 들어 전월보다 0.1%, 전년 동월보다 0.3% 감소했다. 시급 액수는 늘었지만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줄었다는 뜻이다.
근로시간까지 반영한 평균 주간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보다 0.3% 증가했다. 시간당 구매력은 줄었지만 평균 주간 근로시간이 0.6%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신용협동조합 네이비페더럴의 헤더 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5월부터 올해 4월 무렵까지는 임금이 대체로 물가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구매력이 조금씩 회복됐다고 CNBC에 설명했다. 이미 높아진 물가에 대한 불만은 남아 있었지만, 임금이 이를 따라잡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올봄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이런 흐름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을 가계 사정이 악화한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8월에도 휘발유 가격은 전월보다 3.9% 올랐다. BLS에 따르면 8월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0.4% 상승했으며, 휘발유값 상승이 이 상승분의 3분의 1 넘게 차지했다.
CNBC는 이란·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연료 공급 차질이 경유값도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경유 소매가격은 11일 갤런(약 3.8ℓ)당 약 6.06달러였고, 12일에는 약 6.16달러로 더 올랐다.
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생활비 부담에 대응해 가계가 장을 보는 매장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 1500만 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한 네이비페더럴 내부 지출자료에서 창고형 매장과 할인점 지출이 늘어나는 흐름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그는 식료품 체인 홀푸즈에서 장을 보던 소비자들이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나 할인 식료품점 알디로 옮겨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거의 모든 소득계층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되고 임금 상승세까지 둔화하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지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가 제시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2027년 초 무렵 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이 다시 비슷해지는 것이다.
임금과 물가가 같은 속도로 오르면 같은 시간 일해 번 돈의 구매력은 제자리에 머문다. 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이 같아져도 일반 가계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매우 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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