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 먹고 감자맥주 한잔…춘천에선 한 끼가 여행이 된다

기사등록 2026/09/13 07:00:00 최종수정 2026/09/13 08:26:26

농식품부·한식진흥원·코레일관광개발 '춘천 K-치킨벨트'

청년기업 손에서 닭갈비 피자로 변신…막국수 직접 뽑기도

숲 체험·카페 등 관광 자원과 묶어…'한 끼' 넘어 체류형으로

[춘천=뉴시스] 이수정 기자=춘천의 대표 음식인 철판닭갈비. 2026.09.13. crystal@newsis.com
[춘천=뉴시스]이수정 기자 = 닭갈비로 익숙한 강원 춘천이 전통주와 막국수, 지역 농산물과 관광 체험까지 한데 묶은 미식여행지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 춘천시, 코레일관광개발은 닭갈비를 중심으로 전통주와 막국수, 지역 농산물, 청년기업과 관광지를 연결한 '춘천 K-치킨벨트'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춘천 K-치킨벨트가 내세운 것은 닭갈비 식문화인 '계모임'이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철판을 둘러싸고 음식을 나눠 먹는 데서 착안해 닭갈비 한 상에서 시작한 경험을 지역 식재료와 전통주, 관광으로 확장했다.

◆옹기서 100일 발효…전통주와 닭갈비로 차린 '계모임'

그 연결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곳은 춘천 박사마을의 '지시울양조'다.

지시울양조는 2025년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소규모 양조장으로, "꽃 앞에서 함께 취하자"는 의미를 담은 '화전일취'를 브랜드로 내걸고 있다.

양조장 안에 들어서니 마당 가득 크고 작은 옹기가 줄지어 있었다.

유소영 지시울양조 대표는 "쌀과 누룩, 물 이외에 다른 것은 넣지 않는다"며 "전 과정을 옹기에서 발효한다"고 설명했다.

술에 따라 항아리에서 100일가량 발효한 뒤 다시 두 달의 숙성 과정을 거친다. 사용하는 멥쌀은 춘천산이고 누룩도 직접 만든다.

이곳에서는 탁주와 약주, 증류식 소주 등 세 종류의 술을 6개 브랜드로 선보이고 있다. 전통 증류기인 '소주고리'에서 증류주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다.

[춘천=뉴시스] 이수정 기자=유소영 지시울양조 대표가 전통 방식으로 소주를 내리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6.09.13. crystal@newsis.com


전통주 다음에 놓이는 것은 역시 닭갈비다.

실제 여행상품에도 춘천 곳곳의 닭갈비집이 코스별로 포함됐다.

철판닭갈비를 맛보는 신북통나무집과 명동우미, 애니, 춘천미소닭갈비를 비롯해 숯불닭갈비와 막국수를 함께 내는 한가족숯불과 큰집, 장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북읍 일대는 춘천 닭갈비의 초기 형태로 꼽히는 숯불닭갈비 식당이 밀집한 곳이다.

철판에 채소를 넣어 함께 볶는 방식과 달리 닭고기에 간장·고추장·소금 등으로 양념한 뒤 숯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 중심이다.
[춘천=뉴시스] 이수정 기자=춘천산 식재료와 전통주를 함께 선보이는 한식 다이닝바 '호수'의 한 상. 2026.09.13. crystal@newsis.com

닭갈비를 즐기는 방식은 전문 식당에만 머물지 않는다.

호수양조가 운영하는 한식 다이닝바 '호수'에서는 춘천의 쌀과 물로 빚은 전통주와 닭요리를 한 상에 함께 낸다. 다이닝에는 춘천산 식재료를 70% 이상 활용해 지역 농산물과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지역에서 난 재료와 술을 한 상에 묶는 방식으로 닭갈비를 지역 미식과 연결한 셈이다.

◆"강원도 하면 감자, 독일 하면 맥주"…피자가 된 닭갈비

춘천의 닭요리는 청년들의 손에서 다른 형태로도 이어졌다.

청년 창업가가 운영하는 감자아일랜드에서 만난 건 닭갈비 피자와 감자치킨, 감자맥주였다.
[춘천=뉴시스] 이수정 기자=감자아일랜드에서 선보이는 '닭갈비어'. 2026.09.13. crystal@newsis.com

35년 된 옛 교회를 고쳐 만든 이 공간의 1층은 맥주 양조장, 2층은 식음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3층에는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시작은 대학 수업이었다. 안홍준 감자아일랜드 대표는 "대학교 4학년 때 캡스톤 디자인 수업에서 '강원도 하면 감자, 독일 하면 맥주'라는 생각으로 감자맥주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가볍게 시작한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업 아이디어는 2019년 감자 풍작을 겪으며 구체화됐다. 공급이 늘면서 팔리지 못한 감자가 쌓이는 모습을 보고 지역 농산물 소비 문제에 주목했다.

안 대표는 "감자맥주를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은 사람에게 판매해 버려지는 감자의 소비 문제, 농가의 소비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자는 단순히 향을 더하는 재료가 아니다. 감자아일랜드는 감자를 단순히 맛을 내기 위한 재료가 아니라 맥아 일부를 대신하는 발효 원료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감자맥주에서 시작한 제품군은 옥수수 등 다른 지역 농산물로 넓어졌고 현재 16종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감자맥주와 함께 내는 음식에도 감자를 활용했다. 춘천의 닭갈비는 피자로 변주했고, 감자치킨은 튀김옷에 감자를 더했다.

새로운 닭요리 옆에는 춘천의 오래된 '단짝'도 자리한다.
[춘천=뉴시스] 이수정 기자=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에서 직접 만든 메밀국수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6.09.13. crystal@newsis.com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에서는 메밀과 막국수의 유래를 살펴본 뒤 직접 반죽해 전통 틀로 면을 뽑고, 갓 만든 막국수를 맛볼 수 있다.

건물 자체도 막국수 틀과 가마솥, 국수 가락이 내려오는 모습을 형상화해 지어졌다.

막국수가 춘천에 자리 잡은 배경은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으로 채워졌다.

춘천댐·소양댐·의암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몰민들이 생계를 위해 평소 먹던 메밀국수를 팔기 시작했고, 인근에서 메밀이 모이며 제분소가 발달해 재료를 구하기도 쉬웠다는 것이다.

닭갈비와 막국수를 함께 먹는 데서 나아가, 이날 투어는 음식의 역사와 조리 과정까지 관광 콘텐츠로 담아냈다.

◆닭갈비 먹고 끝이 아니다…케이블카·숲·카페까지 이어진 여행

K-치킨벨트의 동선은 음식점 밖으로도 이어진다.

국립춘천숲체원에서는 숲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먹거리 체험 사이에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다. 숲길을 걸은 뒤 나무 사이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춘천=뉴시스] 이수정 기자=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의암호 일대 전경. 2026.09.13. crystal@newsis.com

춘천의 대표 관광자원인 삼악산 호수케이블카에 올라 의암호 일대를 한눈에 담아볼 수도 있다.

정상에서는 먹거리 중심의 일정에서 잠시 벗어나 춘천의 자연경관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신북 닭갈비거리 인근에는 카페 '감자밭'도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춘천의 대표 농산물인 감자를 테마로 꾸며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지가 되도록 한 곳이다.

닭갈비를 먹고 인근 카페를 찾거나, 카페에서 쉬었다 다시 주변 관광지로 이동하는 식으로 동선을 이어갈 수 있다.

결국 닭갈비 한 끼에서 출발해 지역의 먹거리와 관광자원으로 체류 동선을 넓히는 구조다.
[춘천=뉴시스] 이수정 기자=감자빵을 판매하는 카페 '감자밭' 내부 모습. 2026.09.13. crystal@newsis.com

이 장소들은 K-치킨벨트 사업의 일환으로 당일형 '춘천 하루 한 상(賞)' 5개 코스와 1박2일형 '춘천 하룻밤 한 상(賞)'에서 만나볼 수 있다.

춘천 K-치킨벨트는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추진하는 'K-미식벨트' 사업의 하나다.

지역의 농업자원과 향토음식, 전통주 등을 관광과 연계하는 사업으로, 정부는 2032년까지 전국에 30개 미식벨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수원 통닭거리와 구미 교촌치킨거리, 춘천 닭갈비, 제주 구엄닭요리를 중심으로 K-치킨벨트를 추진하고 있다.

당일형 '밥상' 코스와 1박2일 상품 1회차는 지난 10일 판매를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매진됐다.

송광석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는 "춘천의 대표 미식자원이 지역 관광과 연결돼 새로운 체류형 여행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사진은 'K-치킨벨트 지도' 인포그래픽. (사진=농식품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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