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회항한 6600명 승객 보살핀 갠더
9.11 25주년 기념식 연설서 미국에 일침
"미국인들 공격 당한 이웃이자 친구였다"
[갠더=AP/뉴시스] 강영진 기자 = 9·11 테러 이후 발이 묶인 수천 명의 미국인을 받아들였던 마을에 서서, 장 크레티앵 전 캐나다 총리는 25주년을 맞은 11일 미국을 향해 뼈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의 관대함을 나약함으로 착각하지 마라.”
공격 당시 총리였던 92세의 전 지도자는 자신의 “미국 친구들”에게 캐나다인들은 관용적이고 친절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후 캐나다 주재 미국 대사 피트 훅스트라가 일어나 그를 껴안았다.
크레티앵은 “나는 화가 나서 하는 말이 아니라,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하는 말로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구라면 서로에게 솔직해야 한다.”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발언은 뉴욕과 펜타곤, 93편에 탑승했다가 사망한 거의 3,000명을 기리고, 공격에 대한 갠더의 특별한 대응을 되새기는 엄숙한 기념식에서 나왔다.
뉴펀들랜드의 갠더는 9·11 당시 미국 정부가 영공을 폐쇄하면서 이곳으로 회항한 거의 6,600명의 항공기 승객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 발언은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가 눈에 띄게 긴장된 시점에 나왔다. 오랜 동맹국인 두 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래 무역전쟁에 휘말려 있으며, 트럼프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말을 거듭 해왔다.
크레티앵은 공격 이후 미국을 위해 캐나다가 어떻게 힘을 모았는지를 회상하면서, 당시 미국인들은 “공격받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고 말했다.
크레티앵은 “인류의 가장 나쁜 모습을 보았고 가장 좋은 모습도 보았던 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가장 좋은 모습 가운데 일부가 갠더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갠더는 낯선 사람들이 이웃이 된 날을 기억한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이 영공을 폐쇄한 뒤 6,500명 이상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항공기 38대가 뉴펀들랜드의 작은 마을로 회항했다. 이들의 도착으로 갠더의 인구는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갠더와 주변 지역 주민들은 학교와 교회, 집회장을 대피소로 바꾸고 음식과 의약품을 제공했으며 낯선 사람들을 자신의 집으로 맞아들였다. 발이 묶인 여행객들은 현지에서 “비행기 사람들”이라고 불렸다.
밀라노에서 뉴어크로 가던 비행기가 뉴펀들랜드로 회항했을 당시 17세였던 미국인 승객 라파엘 푸스코는 갠더가 자신에게 9·11에 대한 다른 기억을 남겼다고 말했다.
푸스코는 “그래서 나머지 세상이 이 끔찍한 이미지들을 보고 있을 때 우리는 아주 다른 것을 봤다”고 말했다. “우리는 놀라운 친절을 봤다.”
크레티앵은 “그들은 또한 마음을 열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것을 캐나다식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는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는 행동한다.”
훅스트라도 당시와 그 이후 수년 동안 미국인들과 함께해 준 갠더와 캐나다에 감사를 표하면서 박수를 받았다. 그는 “갠더 주민들에게 감사한다. 여러분의 우정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훅스트라는 25년 전 대응에 나섰던 사람들을 “특별한 일을 해낸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그는 “침대? 준비 완료. 음식? 준비 완료. 의약품? 준비 완료. 머리 위에 지붕? 준비 완료”라고 말했다. “여러분은 일어섰다. 필요한 일을 했다.”
훅스트라가 따뜻한 환영을 받은 것은 그의 참석 자체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갠더 당국자들은 그의 참석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그의 참석 계획에 대한 비판이 나온 뒤에도 그를 초청한 것을 옹호했다.
마을 측은 “9월11일은 정치나 개인, 직함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갠더에서 일어난 이야기는 큰 인기를 끈 브로드웨이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 영감을 줬으며, 승객들과 주민들은 지금도 재회를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새로운 긴장 속의 오래된 우정. 마크 카니 총리는 지난해 갠더에서 선거 유세를 하면서 캐나다가 미국과 “잃어버린 우정”을 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 협상은 지난달 카니가 캐나다의 주권과 핵심 산업을 위협한다고 자신이 말한 제안 조건을 거부한 뒤 결렬됐다. 워싱턴은 높은 수준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는 이번 주 보복 조치에 나섰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산 상품과 미국 정부 계약에 대한 접근에 추가 제한을 가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레티앵은 캐나다가 기꺼이 도움을 주려는 태도를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크레티앵은 “우리의 관용을 결단력이 부족한 것으로 착각하지 마라”고 말했다. “그리고 절대로, 절대로 우리의 친절을 나약함으로 착각하지 마라.”
그는 공격 이후 캐나다인과 미국인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함께 싸웠던 일과 양국이 오랜 세월 서로의 곁에 서 있었던 역사를 회상했다. 크레티앵은 캐나다인 165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망했으며, 그 가운데 158명이 캐나다군 소속이었다고 지적했다.
크레티앵은 “우리는 친구를 품고 그들이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돕지만,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모욕을 당하고, 위협받고, 학대를 받을수록 우리는 더욱 우리 자신을 위해 일어서고 단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에서 캐나다군이 포함된 연합군에 의해 부모가 해방됐던 훅스트라도 양국이 함께 희생해 온 역사를 언급했다.
훅스트라는 “우리는 나란히 서 있었다”고 말했다.
크레티앵은 그 우정을 거부하는 것으로 연설을 끝맺지 않고, 캐나다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에서 그 우정을 회복하자고 촉구하며 연설을 마쳤다.
크레티앵은 “존중, 우정, 그리고 좋은 이웃”이라며 “미국 만세, 캐나다 만세”라는 말로 연설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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