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역, 경로 무임승차 비율 1위
2분기 점포 수 및 월평균 매출 감소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지난 11일 오후 2시께 뉴시스가 찾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역 4번 출구. 대로변 점포 앞은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정작 가게 계산대 앞은 휑할 정도로 한산했다. '노인들의 홍대'라 불릴 만큼 활기찼던 제기동 상권도 고물가와 경기침체 여파를 비켜 가지 못한 모습이었다.
13일 서울교통공사의 '2026년 1분기(1~3월) 지하철 경로 무임승차 이용현황'에 따르면 제기동역은 전체 승차 인원 약 144만명 가운데 68만여 명(47.2%)이 경로 승차를 하는, 경로 무임승차 비율이 가장 높은 역이다. 제기동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청량리역은 경로 무임승차 인원수(약 76만명) 1위를 기록했다.
제기동역 인근은 노년층이 대중교통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간을 보내기 좋은 시장과 시설이 많아 시니어들을 위한 핫플레이스가 됐다. 국내 최대 한약재 전문 시장인 서울약령시를 비롯해 경동시장, 청량리종합시장이 위치했고 콜라텍과 저렴한 밥집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장기화에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최근 제기동 상권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를 보면 올해 2분기(4~6월) 제기동 점포 수는 3064곳으로 직전 분기 대비 24곳 감소했다.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1억252만원)도 전 분기보다 221만원 줄었다. 같은 기간 제기동의 신생기업 생존율은 52.55%로 새로 문을 연 가게 2곳 중 1곳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기동에서 10년 넘게 국밥 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62·여)씨는 "재룟값이 감당이 안 돼서 황태해장국 가격을 9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렸는데도 사정이 어렵다"며 "올여름 날씨가 너무 더워 어르신들이 집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그때부터 장사가 거의 전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근처에서 48년째 옷 가게 운영 중인 김모(74·여)씨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도 돈을 벌었는데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건 처음"이라며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단골손님들이 와야 하는데 다들 돈이 없다고 하더라. 코로나19 때도 마스크 쓰고 와서 옷을 사 갔다"며 "아들이 지원해 줘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거지 아니면 진작에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기동 소상공인들은 유동 인구가 많아도 콜라텍으로 직행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경동시장에 '스타벅스 경동1960'이나 '금성전파사' 같은 이색 공간이 생겼지만 이에 따른 매출 상승 효과는 체감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제기동에서 30년 넘게 미용실을 하고 있는 박모(65·여)씨는 "콜라텍은 입장료를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려도 문전성시인데 우리는 손님들이 떨어질까 봐 15년째 가격을 손도 못 대고 있다"며 "중동전쟁이 터지고 플라스틱 용기와 미용 재료비까지 뛴 상황이라 여태 벌어둔 돈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가보면 알겠지만 콜라텍 같은 곳만 장사가 잘 된다. 바로 옆 청량리에는 콜라텍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하더라"며 "제기동이 한의원도 망해서 나가는 상권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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