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발표 잇따라 무산…KB 차기 회장 인선까지 마무리
국회 법안소위 실질 논의 없어…"현재 우선순위 아닌 듯"
[서울=뉴시스]김민수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장기연임을 견제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안이 좀처럼 윤곽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주요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전에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발표가 거듭 미뤄진 데 이어 국회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발표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지배구조 개편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서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위·금감원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관련해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지적하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이후 8대 은행지주 특별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CEO 선임·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연임 제한과 연임 요건 강화, 주주·기관투자자의 감시 기능 활성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당초 금융당국은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하기 전에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22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전체적으로 검토된 최종안은 보고가 됐다"며 "KB금융의 경우 7월3일 숏리스트 작업이 시작되는데 그 전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선안 발표는 계속 미뤄졌다. 금융위는 이후 7월 중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무산됐고,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자료에서는 다시 8월 발표를 예고했지만 이마저도 지나갔다.
그 사이 4대 금융지주의 회장 인선은 모두 마무리됐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각각 연임을 확정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KB금융도 지난 11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결정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양종희 현 회장 대신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양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만큼 금융권에서는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금융지주의 장기연임과 폐쇄적인 승계 구조에 문제를 제기해온 가운데 현직 회장이 최종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배구조 개편의 주요 쟁점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연임을 어떤 방식으로 견제할지다. 그동안 회장의 3연임을 법으로 제한하거나 연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돼왔다.
다만 민간 금융회사 CEO의 임기를 법으로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경영 자율성과 주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3연임을 직접 금지하기보다 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를 거치거나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회 논의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횟수 제한과 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 등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들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아직 실질적인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무위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아직 법안소위에 상정돼 논의된 적은 없다"며 "급하게 추진할 사안이었다면 이미 논의가 이뤄졌을 텐데 현재로서는 우선순위에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 관련 쟁점 법안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지만 현재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등 다른 현안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당장 금융지주 회장 연임 제한을 논의하려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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