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전문가들 "세수 전망 낮을수록 미래기금 커지는 건 잘못된 인센티브"

기사등록 2026/09/11 17:41:41

KDI·경인사연, '2027년 예산안 ·미래대응기금 토론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위원 "초과세수 발생시 기금

적립으로 고정하면 효율정 재정정책 선택 어렵게 해"

[서울=뉴시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KDI 제공) 2026.09.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대규모 초과·추가 세수를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기로 한 가운데, 세입 전망이 실제보다 낮을수록 기금 재원이 커지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재정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기금 규모를 키우기 위해 세수 전망을 지나치게 낮게 잡을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초과세수가 생기면 무조건 기금에 넣기보다 국채 발행을 줄이거나 필요한 지출에 쓰는 등 당시 경제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상민 "세수 예측 실패 결과물 '초과세수' 기금 재원 활용은 잘못된 인센티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발표를 진행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래대응기금 설치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세수 예측 실패의 결과물인 '초과세수'를 기금 재원으로 쌓는 방식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과세수는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예상한 세금보다 실제로 더 걷힌 금액이다.

예를 들어 실제 세수가 500조원인데 정부가 본예산을 짤 때 이를 500조원으로 정확히 예산하면 초과세수는 없다. 반면 450조원으로 낮게 예상하면 50조원의 초과세수가 생긴다.

이 연구위원은 세수 전망은 틀릴 수밖에 없지만, 전망이 더 크게 빗나갈수록 특정 기금에 들어가는 돈이 늘어나는 구조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재정당국이 미래대응기금 규모를 키우고 싶을 경우 처음부터 세수를 보수적으로 잡을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세입예측은 불확실성이 높아 사후적으로 틀릴 수밖에 없지만, 예측오차가 클수록 특정 기금의 재원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재정당국이 미래대응기금 규모를 확대하고자 할 경우 본예산 세수를 보수적으로 추계할 유인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잘못된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초과세수가 생기면 자동으로 미래대응기금에 넣는 방식도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초과세수가 발생했을 때는 당시 경기와 국채금리, 국가채무 상황 등을 보고 국채를 덜 발행할지, 추가 지출에 쓸지, 기금에 넣을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초과세수가 발생했다고 해서 기금 적립만을 법률상으로 고정할 경우, 경제적 실질보다 법적 형식에 따라 재원이 배분되고 더 효율적인 재정정책 선택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기존사업 대규모 기금 이관 재검토 필요"…"초과세수 계산 기준 손봐야"

기존 정부 사업을 미래대응기금으로 대거 옮기는 방식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정부안의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개 사업계정에는 신규사업 74개와 기존사업 55개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금액 기준으로 보면 신규사업 비중은 48%에 그친다.

이 연구위원은 이미 일반회계나 기존 기금에서 하던 사업을 미래대응기금으로 많이 옮기면 새 기금을 만드는 의미가 줄어들고 예산 구조만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세수를 계산하는 기준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는 최근 10년간 내국세의 평균 증가율을 기준으로 앞으로의 세수 추세를 계산하고, 이를 웃도는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넣을 계획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코로나19처럼 세수가 크게 줄었던 시기나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크게 늘어난 시기가 포함되면 10년 평균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평균을 낸다는 것은 평균이 갖고 있는 온갖 문제를 다 끌어안게 되는 것"이라며 추세치 산식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혁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근 10년이라는 기준을 법률에 직접 넣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적일 수 있다며, 구체적인 기간은 하위 법령에서 정하는 방안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4대 사업계정에 공통심사 기준 적용"…"기존 일반회계 사업, 기금 다수 포함은 재검토해야"

미래대응기금의 독립적인 재원 검증과 명확한 적립·인출 규칙, 합리적인 사업 평가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태석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추가세수 산정 방식의 객관성을 높이고 기금 출연을 위한 차입은 금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안정화·투자·채무관리 기능별로 운용 규칙을 나누고,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사업계정에는 공통적인 심사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부장은 "기금 목적을 중대하게 변경하거나 계정 간 자금을 이전하는 경우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부채·금융자산·운용비용·다년도 성과를 통합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제도분석팀장은 기존 일반회계 사업이 미래대응기금에 다수 포함될 경우 기금 신설 필요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안정화 기능과 특수 목적이 분명한 투자는 기금으로 운용하되, 그 밖의 투자 사업은 특별회계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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