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12% 급감…그 많던 전세는 왜 사라졌나[전세난이 바꾼 서울①]

기사등록 2026/09/12 06:00:00

토허제·실거주 의무에 신규 전세 물량 감소…대출 문턱도 높아져

"전세 나오면 보지도 않고 가계약"…서울 외곽서 전세 품귀 현상

전셋값 7억 시대에 대출금리 6%대…"세입자 임대료 부담 증가"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첫째 주(7일 기준)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포함된 서울 동북부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10.11% 올라 2015년 이후 11년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서울 동북부 지역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44.6% 감소했다. 사진은 11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2026.09.11.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전세를 찾는 손님은 꾸준한데 매물이 없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괜찮은 전세 매물이 나오면 가격을 따질 새도 없이 계약부터 하려는 분위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전세 매물이 여러 개 나오면 집을 직접 보고 보증금이나 조건을 비교해가며 계약했는데, 지금은 매물 자체가 워낙 귀하다 보니 집을 보지도 않고 바로 가계약금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조금이라도 조건이 괜찮은 물건이 나오면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할까 봐 서둘러 잡으려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전세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해 실수요가 몰리는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면서 전셋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새 12% 넘게 감소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57건으로 1년 전(2만3164건)보다 12.2% 줄었다.

자치구별로는 중랑구의 전세 매물이 71.6%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동대문구(-68.3%), 구로구(-65.1%), 금천구(-57.7%), 노원구(-54.8%)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특히 중저가 전세 수요가 몰리는 서울 외곽 지역에서 매물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전세 품귀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노원·도봉·강북 등 이른바 '노도강' 지역을 비롯해 중랑·동대문·구로·금천 등 서울 외곽에서 전세 매물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전세를 통해 거주하려는 수요가 꾸준한 곳이다.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공급이 줄면서 전셋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상대적으로 실수요가 많은 외곽 지역에서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감한 가운데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으로 전월보다 720만원(1.0%) 올랐다. 지난 7월 7억458만원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7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또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8월 6억5179만원과 비교하면 5999만원(9.2%) 상승한 수준이다. 2023년 7월 5억6981만원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3년여 만에 평균 전셋값이 1억4197만원(24.9%) 올랐다.

실제 3.3㎡(1평)당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크게 올랐다. 노원구가 1967만원, 도봉구 1699만원, 강북구 2025만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2~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10%)을 웃도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저렴한 외곽 지역에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면서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진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실거주 의무가 강화된 데다, 올해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까지 강화된 점을 전세 물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사례가 늘어 신규 전세 물량이 줄어든 데다 전세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전세대출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세입자들의 자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주요 은행의 2년 고정형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연 4.01~6.61% 수준으로 집계됐다. 금리 상단은 은행별로 0.39~0.73%포인트 높아졌다.

전세대출로 2억원을 빌렸다고 가정하면 금리 연 6% 기준 매달 내야 하는 이자만 약 100만원에 달한다. 연 4%였을 때보다 월 부담이 약 33만원, 연간으로는 400만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전셋값이 오른 상황에서 대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이중으로 불어나고 있다.

전세대출 금리 상승은 전세의 월세 전환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대출이자와 보유세 등 부담이 커질수록 목돈을 받는 전세보다 매달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입자 역시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을 더 받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낮은 월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 매물은 줄고 대출 부담은 커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할 유인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수요가 줄어든 데다 집주인들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있다"며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까지 상승하면 세입자가 전세를 유지하는 데 드는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목돈 마련이 어려운 실수요자들은 높은 보증금을 마련하기보다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방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전세 수요가 서울 외곽이나 경기 등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가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이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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