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합의한 관계였는데" 준강간 고소당한 남성, 녹음 파일 덕에 혐의 벗어
[서울=뉴시스]허준희 인턴 기자 = 서로 호감을 느껴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한 뒤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당시 상황을 담은 녹음 파일 덕분에 무죄 판결을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변호사 정윤 맞습니다만'에 정윤 변호사가 '남자 99%는 모르는 원나잇 주의점 | 원나잇 후 성범죄로 고소당한 남성'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소개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술자리를 이어간 뒤 모텔로 이동했고 성관계를 했다.
A씨는 당시 여성 역시 자신보다 적극적으로 스킨십에 응했다고 정 변호사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다음 날 아침 여성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먼저 자리를 떠났고 이후 연락처를 차단했다.
여성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에서 깬 뒤 혼자 남겨진 상황을 겪으면서 자신이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해 A씨를 고소했다. 사건은 준강간 혐의로 이어졌다.
A씨는 처음부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경찰 조사를 혼자 받은 뒤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정 변호사를 찾아왔을 당시에는 사건 발생 후 약 8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정 변호사는 A씨와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되짚던 중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A씨는 당시 술을 마신 뒤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모텔에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약 5~6시간 동안 상황을 녹음해 둔 상태였다.
정 변호사는 "억울한 사건에서 무죄를 다툴 때는 아주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녹음 파일에는 성관계 당시 여성의 적극적인 스킨십과 대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성관계가 끝난 뒤 두 사람은 "같이 씻을래?", "우리 술을 더 마실래?" 등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이 잠든 약 3~4시간 동안에는 대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여성은 당시 술에 취해 의식이 없었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으며, 몸을 움직이거나 온전한 판단을 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 변호사는 녹음 파일을 토대로 당시 여성의 행동과 대화 등을 법정에서 설명했다. 재판부는 여성이 준강간에 해당할 정도의 심신상실 상태였는지 등을 판단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재판부는 설령 여성이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녹음 파일에 나타난 상황을 볼 때 A씨가 여성이 그런 상태였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A씨에게 범죄를 저지를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A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항소하면서 항소심까지 이어졌지만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약 1년 6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혐의를 벗게 됐다.
한편, 정 변호사는 이번 사례를 소개하며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형사 사건은 경찰 처음 단계서부터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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