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배송 확대? 환자안전 위협"…거리로 나온 약사들

기사등록 2026/09/09 15:43:21 최종수정 2026/09/09 17:12:24

대한약사회, 약배송 확대 저지 비대위 출범

"약 배송, 환자 안전 위협·사회적 합의 무시"

환자 단체 "수령 어려워…약 배송 확대 해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한약사회가 주최한 비대면진료 약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9.0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의약품 전달을 단순히 배달 서비스로 봐서는 안됩니다. 보건의료의 영역으로 봐야 합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실효성을 높이고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환자로 제한돼 있던 약 배송을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하자, 약사 단체가 반발하는 등 진통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약사회는 약 배송 확대가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정책이라며 장외투쟁 등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대한약사회는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비대면 진료 약 배송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12월 24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에 따라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운영돼 온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된다.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5가지에 한해 비대면진료로 처방받은 의약품을 재택 수령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약 배송 적용 대상 확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약사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법 시행이 본격화 되기도 전에 약 배송 범위를 확대하려 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정부의 의약품 배송 전면 확대를 저지 하기 위해 이날 '대한약사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권영희 대한약사회장과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한약사회가 주최한 비대면진료 약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9.09. 20hwan@newsis.com
권영희 약사회장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국회와 보건의료계, 시민사회가 오랜 숙의 끝에 대면 원칙과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이뤄낸 사회적 약속"이라며 "보건의료계, 시민사회, 국회의 합의 하에 약 배송을 섬·벽지 거주자, 등록 장애인 등 불가피한 취약계층에 한해서만 엄격히 허용했는데 정부는 법이 채 시행되기도 전 국회의 입법 결정을 무시한 채 전면 확대를 추진하며 사회적 신뢰를 스스로 깨부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 전달은 투약의 과정이며, 단순 배달이 아닌 엄중한 보건의료의 영역"이라며 "처방전 위·변조를 막을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도,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관리할 비대면진료지원시스템도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약지역을 위한 최소한의 공적 인프라조차 없는 상태에서 약 배송을 전면 확대하겠다는 것은, 비대면진료 도입 취지는 무시하고 국민 건강을 대책없는 위험 속으로 내던지겠다는 무책임의 극치"라며 "이번 조치는 '닥터나우 도매상 겸업 방지법' 통과 직후 나온 플랫폼 먹여살리기 특혜이며, 정부의 보건의료공공성 파기"라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약 배송 전면 확대가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가속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권영희 대한약사회장과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한약사회가 주최한 비대면진료 약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9.09. 20hwan@newsis.com
권영희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약국 접근성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약 배송을 전면 허용하는 순간, 불필요한 의료쇼핑과 약물 남용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할 것"이라며 "이는 고스란히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져 필수·중증의료의 기반을 흔들고 국민의 건보료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 배송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국회가 정한 현행 제한적 배송 원칙은 반드시 엄격히 유지돼야 한다"며 "약 배송 전면 확대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된 만큼 약 배송 확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암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등도 약 배송이 필요하지만 재택 수령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또 병원 거리가 멀어 비대면 진료 이후 동네 약국에서 약을 받으려 해도 구하기 힘든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월 비대면진료 이용자 20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5%가 "약 배송 허용 범위를 현행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배송이 허용될 경우 이용하겠다는 응답도 88.5%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48.8%는 약을 구하기 위해 여러 약국을 찾아다니는 일명 '약국 뺑뺑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고 처방까지 받은 환자에게 약을 받기 위해 다시 이동하라고 하는 것은 비대면진료의 취지를 스스로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비대면진료가 국민이 실제로 이용하기 어려운 반쪽짜리가 되지 않도록 의약품 배송을 함께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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