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주 경기 집합건물 매수 37.2% 급증…2022년 이후 최대
광명·성남·구리·안양 등 서울 인접지역 집값 두 자릿수 상승세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실제 거주할 수 있는 매물을 찾는 20·30대 신혼부부의 문의가 많아요."
지난 7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서울에서 대출이 막히면서 만안구나 다른 비(非)규제지역을 알아보는 실수요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 집값과 대출 규제 부담에 매수 계획을 미루던 신혼부부들이 최근에는 수도권 외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직장과의 거리 등을 고려해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서울 인접 경기 지역으로 주거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전셋값 부담을 견디지 못한 임차인들이 경기로 밀려나는 데다 서울의 높은 집값과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매수 수요까지 경기 지역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 지역 가운데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서울보다 집값이 낮은 데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최대 70%까지 적용돼 자금 조달 부담도 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중저가 실거주 1주택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면서 서울보다 집값 부담이 낮은 경기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격과 규제에 막힌 수요가 경기로 이동하면서 서울의 주거비 상승이 경기 지역의 거래량을 늘리고 집값을 끌어올리는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거주자들이 경기 지역으로 '원정 매수'에 나서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거주자가 경기 지역 집합건물을 매수한 뒤 신청한 소유권이전등기는 2만263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492건보다 6142건(37.2%)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22년(2만4475건)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서울 거주자의 경기 집합건물 매수는 2023년 상반기 1만8393건에서 2024년 1만9370건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만6492건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다시 2만건을 넘어서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기 집합건물 시장에서 서울 거주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올해 상반기 경기 지역 전체 집합건물 매수 건수 16만8230건 가운데 서울 거주자의 매수는 2만2634건으로 13.5%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0%에서 2.5%p 높아진 것으로, 2022년 상반기(16.1%)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인접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경기 28개 시 가운데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광명시가 12.28%로 가장 높았다. 성남시(10.56%), 구리시(10.11%), 안양시(9.76%)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들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경기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안양시 만안구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전용면적 84㎡)는 1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종전 신고가보다 2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또 경기 화성시 병점구 반정동 '반정아이파크캐슬 5단지'(전용면적 84.73㎡)는 지난 3일 9억77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같은 면적이 7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2억700만원 오른 셈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서울 집값과 대출 규제로 매수 여력이 줄어든 수요가 가격 부담이 낮고 규제 부담이 적은 경기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가격 부담이 낮고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역을 대안으로 찾으면서 경기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과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 여력이 제한된 수요가 가격 부담이 낮은 경기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이들 지역의 거래와 집값을 동시에 밀어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면 수요가 규제를 피해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서울보다 가격이 낮고 자금 조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10억원 이하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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