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립 외치더니 안마당 내주나"… 공공 클라우드 빗장 완화에 '역차별' 반발

기사등록 2026/09/07 16:47:42 최종수정 2026/09/07 17:02:23

정부 N2SF 개편…공공 클라우드 운영·관리체계 해외 활용 허용 검토

업계 "10년간 망분리 막대한 투자 쏟아부었는데…외국계 맞춤형 특혜"

해외서 시스템 장애·데이터 유출 터지면 관제 한계…"AI 인프라도 잠식 우려"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정부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확보 등 '국가 인공지능(AI) 주권'을 앞세워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AI 서비스 기반 중 하나인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해외 사업자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제도 개편이 추진돼 '정책 엇박자'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CSP)들은 "외국계 사업자의 진입 장벽만 낮춰주는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집단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국인공지능클라우드산업협회 산하 CSP분과위원회는 7일 서울 서초구 협회 사무실에서 국가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가이드라인 개정 관련 간담회를 열고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진입하는 국내외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한 보안 및 운영 검증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가정보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기정통부 소관의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과 국정원의 보안성 검토로 이원화돼 있던 공공 클라우드 검증 체계를 국정원 중심의 단일 체계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가망보안체계(N2SF) 도입에 맞춰 '국가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가이드라인'도 개정할 예정이다.

개정안과 세부 검증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공공 클라우드 운영·관리 영역의 해외 활용 허용 여부다.

업계에 따르면 국정원은 기밀(C)·민감(S)·공개(O) 체계 중 민감(S)등급의 경우 실제 데이터가 저장·연산되는 '데이터 플레인(Data Plane)'은 국내에 물리적으로 분리하되, 서비스를 운영·관리하는 '컨트롤 플레인(Control Plane)'은 국내외 환경에서 논리적으로 분리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안이 확정될 경우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 등 글로벌 클라우드 빅테크들은 한국에 별도의 독립 관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 없이, 기존 글로벌 컨트롤 플레인 자원을 국내 데이터센터와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만으로 공공 시장에 직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분과위원 A씨는 "글로벌 사업자가 한국 공공시장에 들어오려면 기존 기준에 맞춰 투자하면 된다"며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기준에 맞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도를 이들의 운영 방식에 맞춰 바꾸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독자 AI에는 투자, 공공 클라우드는 개방…"정책 엇박자"

국내 클라우드 업계는 지난 10여년간 정부의 물리적 망분리 지침에 따라 민간망과 공공망의 물리적 서버, 스위치, 제어 인프라를 완전히 분리해 운영해 왔다.

분과위원 B씨는 "국내 사업자들은 정부 기준에 따라 공공과 민간의 시스템과 제어 영역을 분리해 10년 넘게 운영했다"며 "새로운 기준에 맞추려면 아키텍처를 다시 설계하고 검증받아야 하지만 글로벌 사업자는 이미 갖춘 컨트롤 플레인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엇박자 정책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분과위원 C씨는 "정부는 독자 AI 모델과 자체 GPU 등 국내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반면 클라우드 보안정책은 글로벌 사업자에게 시장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몇 년 뒤에는 AI 인프라도 같은 방식으로 개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해외서 장애 나면 누가 책임지나…정부 통제력도 쟁점

 해외 컨트롤 플레인에 대한 정부의 관리·통제 가능성도 쟁점으로 제기됐다. 컨트롤 플레인에서는 공공기관이 어떤 서버와 저장장치를 사용하는지, 이용자에게 어떤 권한을 부여했는지 등 인프라 구성과 운영정보를 관리한다.

업계는 컨트롤 플레인이 해외에 있으면 일부 운영정보가 국외에서 관리되고 해외 운영인력이 국내 서버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분과위원 D씨는 "글로벌 CSP의 장애 원인이 해외 컨트롤 플레인에 있다면 국내 법인만으로 원인을 설명하거나 즉각 조치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가 현재와 같은 조사·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안체계 개편이 국내 IT 산업 전반에 미칠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사전 검토가 충분했는지도 문제로 제기됐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나 업계 차원에서 제도 개편이 국내 클라우드산업에 미칠 매출·고용·투자 영향을 조사한 자료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건물이나 사회기반시설 관련 제도를 바꿀 때처럼 사전에 산업 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분과위원 E씨는 "정부가 세부 기준을 일방적으로 확정하기보다 국내 사업자들과 함께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확정한 뒤 약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신규 보안검증 체계를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 업계의 반발이 거센 데다 구체적인 세부 검증 기준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향후 공청회와 입법 예고 과정에서 주권 침해 논란을 둘러싼 민관 충돌이 격화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