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찌꺼기 '반전'…"비타민C 수준 항상화 효과"

기사등록 2026/09/07 11:28:17 최종수정 2026/09/07 11:48:24

커피박으로 만든 나노소재의 항산화 효과 확인

세포 스트레스·염증↓…바이오 소재 활용 가능성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운영자가 커피 원두를 내린 뒤 남은 커피 찌거기를 모으고 있다. 2022.03.1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매일 버리던  커피 찌꺼기에서 추출한 나노소재가 세포 내 활성산소를 줄이고 신경계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단순한 폐기물로 여겨졌던 커피 찌꺼기가 의료·바이오 분야에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연구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치경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연구팀( 두현명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의생명연구센터 연구교수, 최종섭 공주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은 커피 찌꺼기와 시금치에서 추출한 탄소점이라는 나노 크기 입자의 특성을 비교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탄소점은 탄소로 이루어진 매우 작은 물질로, 생체적합성이 뛰어나 바이오·의료 분야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높다. 연구팀이 비교한 결과 커피 찌꺼기에서 만든 탄소점은 시금치에서 만든 탄소점보다 뛰어난 항산화 효과를 보였다. 특히 가장 높은 농도에서 커피 찌꺼기 탄소점의 항산화 활성은 64.39%로,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C(69.15%)에 근접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신경계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인간 신경전구세포에 커피 찌꺼기 탄소점을 투여해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활성산소가 감소했으며, 탄소점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신경전구세포가 성상교세포로 자라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성상교세포는 뇌와 척수에서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주변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다.

인위적으로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한 환경에서도 방어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이 세포에 인위적으로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한 뒤 커피 찌꺼기 탄소점을 함께 처리하자 성상교세포로의 분화가 다시 증가했으며, 신경독성과 염증 반응과 관련된 주요 유전자들의 발현은 감소했다.

즉, 커피 찌꺼기 탄소점이 단순히 활성산소를 줄이는 것 뿐 아니라 산화스트레스로 인한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아울러 커피 찌꺼기 탄소점이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 신호를 활성화하고, 세포 보호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기전도 규명했다.

[서울=뉴시스] 탄소점 농도에 따른 신경전구세포의 별아교세포 분화. (사진=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이번 연구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밀재생 플랫폼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플랫폼을 통해 구로병원 연구진과 공주대학교 신소재공학부 연구팀이 연결되면서, 기존에는 접점이 많지 않았던 소재공학과 임상 신경과학을 하나의 연구과제로 융합할 수 있었다.

연구 초기 단계의 실험 설계 자문부터 실제 세포 실험까지 플랫폼의 지원을 통해 진행돼, 원내 연구지원 체계가 국제학술 성과로 이어진 사례다.

김치경 교수는 "매일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가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소재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이 흥미로운 결과"라며 "커피 찌꺼기에서 만든 탄소점이 세포 내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신경계 세포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향후 신경재생 분야로 연구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현명 교수는 "그동안 폐기물로 여겨졌던 커피 찌꺼기에서 의료·바이오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며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도 염증을 낮추고 세포 보호에 도움이 되는 변화를 확인한 만큼, 실제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 학술단체 중 하나인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재료·화학·바이오 분야 국제학술지는 '에이씨에스 에이엠아이(ACS AMI)에 '인간 신경전구세포의 성상교세포 분화를 위한 산화환원 조절 바이오소재로서의 커피 찌꺼기 유래 탄소점' 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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