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의장, 모디 총리와 단독 면담…향후 3~4년간 2억5000만弗 추가 베팅
누적 투자 5억弗 예고…네이버·미래에셋 'UGF 펀드'와 별개 직접 투자
인도, 주력 게임시장 넘어 'IP 개발·신기술 투자 거점'으로…AI·로봇 전진 배치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로 14억 인도 게임 시장을 장악한 크래프톤이 향후 3~4년간 2억5000만 달러(약 3500억원)를 현지에 추가 투자한다. 기존 누적 투자액을 합치면 총 5억 달러(약 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이다.
단순 게임 배급사를 넘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딥테크를 아우르는 차세대 기술 발굴 기지로 인도를 점찍은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의 승부수다.
7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장병규 이사회 의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게임·신기술 분야 협력과 현지 생태계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담은 인도 정부가 국가 핵심 비전으로 내건 '비크시트 바라트(Viksit Bharat·선진 인도)'와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연계해, 인도에서 제작된 디지털 콘텐츠와 원천 기술을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는 방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크래프톤은 현재까지 인도에 약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앞으로 3~4년간 같은 규모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도 대폭 이동한다. 그동안 게임 개발사, e스포츠, 콘텐츠 스타트업 위주였던 투자 대상을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딥테크 등 미래 신기술 분야로 전격 확장한다. 크래프톤이 최근 국내외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AI 기반 게임 제작 고도화'와 '피지컬 AI' 파이프라인을 인도 현지의 풍부한 엔지니어 풀과 결합하겠다는 포석이다.
장병규 의장은 "인도는 게임과 기술, 혁신 전반에 걸쳐 뛰어난 인재를 갖춘 주요 시장"이라며 "크래프톤의 지속적인 투자는 인도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와 인도의 디지털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와 인재 육성 프로그램, 신기술에 대한 집중을 통해 인도의 창작자, 개발자, 창업가들과 함께 전 세계에 통하는 경험과 기술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이미 크래프톤의 핵심 전략시장이다. 크래프톤은 현지에서 BGMI를 서비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개발사와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사업 범위를 넓혀왔다. 인도 인기 크리켓게임 '리얼 크리켓' 시리즈를 개발한 노틸러스 모바일도 인수해 현지 IP를 직접 확보했다.
게임 개발 인재도 육성하고 있다. 산학협력 프로그램 'KIGI 아카데미'를 통해 게임 제작과 디지털 창작 관련 인력을 키우고, 인도에서 개발된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인도 전략은 그동안 '게임을 서비스하는 시장'에서 '현지에서 게임과 IP를 만드는 시장'으로 확대돼왔다. 이번 투자계획을 계기로 AI와 로봇 등 신기술 분야까지 영역이 더 넓어지는 셈이다.
크래프톤의 인도 사업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인도 정부는 2020년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자 'PUBG 모바일' 서비스를 금지했다. 크래프톤은 이후 중국 게임사 텐센트를 인도 퍼블리싱에서 배제하고 현지 이용자 데이터를 인도 내 서버에서 관리하는 BGMI를 별도로 출시했다. 그러나 BGMI 역시 2022년 현지 앱마켓에서 퇴출됐다가 이듬해 조건부로 서비스를 재개했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은 인도 투자를 줄이기보다 현지 기업과 인재, IP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인도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별도의 대형 펀드도 조성했다. 크래프톤은 네이버, 미래에셋과 함께 약 6억7000만달러 규모의 '유니콘 그로스 펀드(UGF)'를 조성했다. 이번에 발표한 2억5000만달러 추가 투자계획은 해당 성장펀드와 별도로 추진되는 계획이다.
이번 추가 투자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AI와 로봇이다. 크래프톤은 국내에서도 AI를 게임 제작·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피지컬 AI와 로봇 분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에서도 같은 분야의 기술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명시하면서 현지 사업이 단순한 게임 퍼블리싱 거점을 넘어 신기술 투자·발굴 거점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번에 발표한 2억5000만 달러는 특정 기업에 한꺼번에 투입하는 자금이 아니라 향후 3~4년에 걸쳐 집행할 중장기 투자계획이다. 투자 대상과 기업별 금액, 게임과 AI·로봇 분야에 각각 얼마를 배분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확보한 게임 IP와 개발 인력뿐 아니라 AI·로봇 기술까지 국내 사업과 연결할 경우 인도는 최대 해외 게임시장 가운데 하나를 넘어 회사의 글로벌 신사업 투자 거점으로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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