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장기 전국조정대회 심판으로 노익장 과시
[용인=뉴시스] 이준구 기자 = 물살을 가르며 청춘을 던졌던 소년들이 반세기 넘은 세월을 돌아 다시 조정경기장에 섰다.
6일 용인시 기흥호수에서 끝난 '2026 용인특례시장기 전국생활체육조정경기대회' 경기장. 은빛 물살 위의 레이스를 판정하는 심판들의 손길에서 깊은 연륜과 무게감이 묻어났다. 이날 심판으로 나선 조희찬, 정인호, 홍종덕, 이재원. 나란히 60대 후반에서 70대에 접어든 이 노장들은 1970년대 수성고 조정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들이다.
반세기도 더 전인 1974년, 수성고에 조정부가 창단될 당시 이들은 1학년부터 3학년 선수로 한 팀을 이뤘다. 창단 멤버였던 이들은 불과 1년 남짓 만에 장보고기, 해군참모총장배, 전국체전 등 당시 국내 3대 주요 대회를 우승하며 수성고를 단숨에 한국 조정의 메카로 우뚝 세운 주역들이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은퇴 후 현장을 떠나거나 뒤로 물러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정은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치며 직접 뛰는 종목은 아닐지라도, 일흔을 바라보거나 이미 넘긴 나이에 경기 현장을 지키며 후배들과 호흡하는 일은 보통의 열정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조정은 단순한 과거의 추억이 아닌, 삶의 호흡 그 자체였다.
가장 선배인 조희찬(70) 씨는 수성고 졸업 후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 선수로 활약한 뒤 부경대 교수로 정년퇴임하며 학자와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정인호씨는 세류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대한민국 최초로 중학교에 조정부를 창단, 저변을 넓힌 주인공이다. 홍종덕 전 대한조정협회 심판위원장은 경기대를 졸업하고 학군장교(ROTC) 군복무를 마친 뒤 포항의 대동고 체육교사로 부임, 학교 조정부를 전국체전 우승까지 일궈냈다. 이재원씨 또한 수원시청 조정부 감독을 역임한 한국 조정계의 베테랑들이다.
평생을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왔지만, 조정 레이스가 펼쳐지는 순간 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1974년 수성고의 땀 흘리던 소년들로 돌아간다.
50여년 전 고교시절, 이들은 이곳 기흥호수에서 노를 저으며 훈련했다.
이날 심판부장으로 대회를 이끈 홍종덕씨는 "일흔이 다 된 나이지만 화천으로, 충주호로, 또 용인 기흥호수로 뛰어다니면서 선수들과 호흡하는 것이 지금도 마냥 즐겁다. 청춘을 바친 종목에 애착을 갖고, 영원한 조정인으로 남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퇴색하기 쉬운 열정에 평생을 바친 이들. 노장 심판들이 골인지점에서 공정하게 울린 호루라기 소리는 기흥호수의 물살을 넘어, 한국 조정의 101년 역사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동시에 증명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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