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35일'…납품대금 정산시계 더 빨라지나[빨라진 정산, 유통가 셈법①]

기사등록 2026/09/05 10:01:00 최종수정 2026/09/05 10:18:24

직매입 지급기한 25일 단축…특약매입 등은 40일→20일

티메프 미정산 사태 계기…중소 납품업체 자금 부담 완화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8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2026.08.08.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 =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사이의 '정산시계'가 빨라진다. 상품을 직접 사들여 판매하는 직매입 거래의 대금 지급 기한을 현행 최대 60일에서 35일로 줄이는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다.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유통업체의 자금 사정 악화가 납품업체의 연쇄적인 자금난으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일부 유통업체가 50~60일에 달하는 정산 주기를 운영해 온 만큼 법정 지급 기한이 단축되면 중소 납품업체의 현금 회수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 대금 지급 기한을 단축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직매입 거래의 대금 지급 기한을 상품 수령일로부터 현행 60일 이내에서 35일 이내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백화점 등에서 활용되는 특약매입·위수탁·매장임대 거래의 지급 기한도 단축된다. 현재 월 판매 마감일부터 4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한 판매 대금을 2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했다.

직매입과 특약매입 등은 거래 구조가 다른 만큼 대금 지급 기한을 계산하는 기준에도 차이가 있다.

직매입은 유통업체가 상품을 직접 사들여 재고 부담까지 떠안는 거래 방식이다. 반면 백화점 등에서 주로 활용되는 특약매입과 위수탁 거래는 실제 판매가 이뤄진 뒤 유통업체가 일정 수익이나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 대금을 납품업체에 지급한다.

이에 현행법도 직매입은 '상품수령일', 특약매입·위수탁 등은 '월 판매마감일'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지급 기한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직매입 방식으로 거래하면서 한 달간 매입한 상품을 한꺼번에 정산하는 경우에는 매입 마감일인 월 말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상품 대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대규모 유통업체에 책임이 없는 사유로 기한 내 대금 지급이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도 인정한다. 현행법에는 별도의 예외 규정이 없어 유통업체의 귀책과 무관한 사유로 대금 지급이 어려운 경우에도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티몬. 2025.08.05. xconfind@newsis.com
◆티메프 사태 이후 빨라진 논의

이번 개정 논의에 속도가 붙은 계기는 2024년 발생한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다.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들에게 판매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당시 피해 업체는 4만8124곳에 달했고, 피해액은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의 자금 사정이 악화할 경우 거래 관계에 있는 중소 납품업체까지 연쇄적인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대금 지급 시기를 앞당겨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한 납품업체를 보호할 필요성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대규모 유통업체의 대금 지급 기한을 단축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공정위가 11개 업태의 대규모 유통업체 132곳을 대상으로 대금 지급 관련 서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균 지급 기간은 직매입 27.8일, 특약매입 23.2일, 위수탁 21.3일, 매장임대 20.4일이었다.

현행 법정 지급기한이 직매입 60일, 특약매입·위수탁·매장임대 거래 40일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는 이보다 빠르게 대금을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업체별 정산주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직매입 방식으로 거래하는 납품업체 가운데 53.8%는 월 1회 정산방식을 적용받고 있었다. 수시·다회 정산 방식을 활용하는 유통업체 71곳의 평균 대금 지급 기간은 20.9일이었지만 일부 업체는 50일을 넘겼다.

업체별 평균 지급 기간은 쿠팡 52.3일, 다이소 59.1일, 컬리 54.6일, 전자랜드 52.0일, 홈플러스 46.2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40.9일 등이었다.

일부 업체의 긴 정산 주기가 납품업체의 자금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9.03. myjs@newsis.com
◆'30일'에서 '35일'로 절충

공정위가 당초 제시한 직매입 거래의 지급 기한은 30일이었다. 직매입 거래의 평균 지급 기간이 27.8일인 만큼 법정기한을 60일에서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상당수 유통업체가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는 유통업체의 자금 운용과 정산 부담 등을 고려해 공정위 안보다 5일 늘어난 35일로 절충했다. 특약매입·위수탁·매장임대 거래는 공정위가 제시한 20일 기준을 유지했다.

공정위는 지급 기한이 단축되더라도 유통업체의 실무 과정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급 기한 단축으로 납품업체의 현금 회수가 빨라지면서 운전자금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납품업체는 상품을 넘긴 뒤 대금을 받기까지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정무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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