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3만명·경찰 비공식 추산 1만4000명 집결
주4.5일제·청년채용 확대·실질임금 보장 등 요구
산은·기은·수은 조합원 대거 참여…농협도 3000명 안팎 모여
[서울=뉴시스]김민수 권혜인 수습 기자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4.5일제 도입과 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 실질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했다.
금융노조는 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1차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금융노조 산하 은행과 금융공공기관 등 전국 지부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참가 인원은 주최 측 추산 약 3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만4000명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실질임금 인상 쟁취', '지방이전 저지', '주4.5일제 도입'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주 4.5일제 도입하고 노동시간 단축하라", "강압적인 금융기관 지방이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히 지방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책은행 조합원들도 대거 총파업에 참여했다.
각 지부에 따르면 산업은행에서는 전체 조합원 2200여명 가운데 노사협약 등에 따라 근무해야 하는 잔류인력을 제외한 2000여명이 참석했다. 수출입은행은 전체 조합원 1100여명 가운데 약 800명이 참여했다. 기업은행에서는 전체 조합원 약 9000명 가운데 절반 수준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NH농협은행에서도 조합원 3000명 안팎이 총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부터 31차례 넘게 사측과 교섭하고 두 차례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은 ▲주 4.5일제 도입 ▲청년채용 확대 ▲본사 이전 시 노조와 사전 합의 ▲정년 연장 ▲실질임금 보장 ▲제도 개선 등이다. 임금 협상에서는 노조가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6% 인상안을 제시한 반면 사측은 2.5%를 고수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양민호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경과보고에서 "2002년 금융권이 주 5일제를 선도했고 금융에서 시작된 주 5일제가 대한민국 전체 산업의 변화로 이어졌다"며 "이번에도 노동시간 단축의 새로운 기준과 이정표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청년채용 확대와 관련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사람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만들고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새로운 청년 일자리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 지방이전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본사 이전처럼 노동자의 근무지와 생활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사전에 노조와 합의하고 협의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을 이전하는 것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지역금융 활성화"라고 주장했다.
김형동 의원은 금융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해 "오늘부로 금융공기업·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방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주 4.5일제 도입과 관련해 "사회적 확산과 법정 노동시간 단축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국정과제에 담겼다"며 "금융노조가 모범을 만들어야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주 4.5일제 요구를 전면적으로 응원한다"고 밝혔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30차례 넘게 교섭을 이어갔지만 모든 항목에 대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교섭이 난항에 부딪혔다"며 "여기 파업 현장에 나온 것이 노동자들의 잘못인지 사용자들의 무책임함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주 4.5일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02년 주 5일제가 시행된 이후 24년 동안 단 10분의 영업시간 단축도 없었다"며 "송금 등 거래의 95%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AI와 디지털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없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금융기관 지방이전에 대해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이 서울에 남아야 하는 데는 정책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에 대해서도 "농민 조합원이 100% 출자한 민간회사로 공공기관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어디로든 가야 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싱가포르, 홍콩 등도 금융 역량을 한곳에 집중하고 있고 서울 역시 세계 8위 금융도시로 올라섰다"며 "우리가 서울에 남아야 하는 이유는 정치 때문도,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서도 아니라 경제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날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했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공공기관의 구체적인 이전 여부는 이번 발표에 담지 않았다. 정부는 지방정부와 노동계 등을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올해 4분기 구체적인 이전 대상 기관을 확정할 예정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금융위가 발표에서 제외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제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4분기에 걸쳐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확정해서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고 혁신도시의 전략산업과 연계된 기관을 집적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12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6.05%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총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이날 1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mmda@newsis.com, kh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