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뚱뚱한 아이…80%는 "성인돼서도 비만"

기사등록 2026/09/07 01:01:00

부모 모두 비만이면 자녀 비만 위험 최대 5.9배

소아 비만, 손 놓으면 평생 가…조기 치료 중요

[서울=뉴시스] 소아 청소년 시기에 비만이 형성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비만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주의해야 한다. (사진= 유토이미지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소아·청소년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고 덜 움직여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 체계, 에너지를 저장하고 소비하는 대사 방식 자체가 개인마다 다르게 작동하는 만성질환이다.

7일 대한비만학회의 '2025년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부모가 모두 비만일 경우 자녀의 비만 위험은 최대 5.9배, 딸은 최대 7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 요인과 가정 내 생활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하고 치료해야 할 대상이다.

문제는 비만을 방치했을 때다. 약 20만 명의 비만 소아·청소년을 추적한 해외 한 대규모 코호트 분석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비만이었던 아이들 중 약 80%는 성인이 돼서도 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2. 어릴 때 잡지 못한 체중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셈이다.

더 심각한 건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이미 청소년기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국내 비만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2023년 기준 비만 학생의 50.5%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등 대사 이상 또는 동반질환 위험 요인을 한 가지 이상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3. 성인이 되기도 전에 이미 만성질환의 씨앗을 안고 사는 아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런 위험 요인들은 당장 증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 혈압이나 혈당 수치 이상은 대부분 특별한 자각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성인이 된 이후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으로 본격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 비만을 ‘시한폭탄’에 비유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송경철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내분비과 교수는 "청소년 비만은 성인 비만과 만성 대사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며 "성장기는 식습관 개선과 운동 등 생활 습관 교정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다만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송 교수는 "필요한 경우 소아·청소년 대상 적응증이 있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약물 치료를 병행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조기 개입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생활 습관 교정과 ‘검증된’ 약물 치료,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약물 치료 병행의 근거가 되는 임상 데이터도 축적되고 있다. 비만 또는 과체중이면서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STEP TEENS 임상에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를 68주간 투여한 결과,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약 18% 감소하고, 약 10명 중 4명이 20% 이상의 체중 감량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체중 감소뿐 아니라 허리둘레, 혈압, 당화혈색소, 혈중 지질 수치 등 심혈관 및 대사 위험 요인도 전반적으로 개선된 경향을 보였다.

이 결과를 근거로 위고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국내 식약처로부터 청소년 적응증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 만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허가된 주1회 투여 비만치료제로는 현재 이 약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비만 치료의 목표가 단순히 체중 숫자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궁극적인 목적은 대사 건강을 회복하고, 성인이 된 이후의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있다. 청소년기부터 비만을 바로잡는 일이 평생 건강 관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에 대한 적극적인 조기 개입은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등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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