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美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2000억달러 추산
5대 빅테크 내년 자본지출 약 1조1000억달러 전망
정부 차입과 기업 자금조달 겹쳐 장기금리 압력 우려
마켓워치는 3일(현지시간) AI 인프라 건설비용이 31조50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시장 안정성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번 주 미 국채 매도세로 주요 장기물 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들어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시장에서는 9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액이 약 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3일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약 272조원이다. 토머스 키키스 스탠다드차타드 미국·미주 시장부문 대표는 회사채 발행과 대형 기업공개(IPO)가 겹치면서 “노동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시장은 정신없이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큰 부담은 AI 투자가 일시적인 지출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뱅가드는 블룸버그 컨센서스를 토대로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5개 대형 기술기업의 자본지출이 올해 약 8000억달러에서 내년 약 1조1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예상액은 약 1495조원에 해당한다.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5개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합산 기준으로 연평균 약 350억달러였지만, 올해 들어 7월 말까지는 이미 약 1320억달러에 달했다. 뱅가드는 반도체업체와 데이터센터 개발사, 전력회사까지 포함한 올해 전체 AI 관련 채권 발행액을 3000억~5700억달러로 추산했다. AI 투자가 기업 내부 현금만으로 충당되는 단계에서 채권시장 자금을 본격적으로 끌어오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AI 인프라 건설을 주도하는 대형 기술기업들을 두고 “그들이 얼마를 지불하는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막대한 현금창출력과 높은 신용등급을 갖춘 빅테크가 높은 금리에도 투자를 계속하면 채권시장의 자금 수요가 쉽게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키키스 대표는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안정과 신뢰”라고 말했다. 회사채 공급이 급증해도 투자자들이 시장과 정책당국을 신뢰하면 발행 물량을 소화할 수 있지만, 신뢰가 흔들리면 기업과 정부의 이자비용이 함께 뛸 수 있다.
마켓워치는 베선트 장관의 국채시장 안정 조치보다 워시 의장의 정책 소통에 월가가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28일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강조했고, 채권시장은 그의 발언을 긴축 의지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연준 인사의 발언에 시장이 즉각 반응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발언 이후 4.75% 안팎으로 내려왔다. 월러 이사는 앞으로 2주 동안 물가 둔화세가 이어지면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할 수 있지만, 둔화세가 꺾이면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글로벌 거시경제연구 책임자는 올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순공급이 코로나19 사태 당시인 2020년을 근소하게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투자등급 회사채 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면서 늘어난 발행 물량을 흡수하고 있어 기업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가산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기업의 실제 조달금리는 높다. 알파벳은 지난달 발행한 2056년 만기 회사채에 연 6.375%의 표면금리를 제시했다. 3일 미 30년물 국채금리가 약 5.24%였던 것과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높다.
반면 AI 투자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는 AI가 현재 미국 경제 성장분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추산하면서 “AI만으로 미국의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생산성 향상은 재정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키키스 대표는 “미 국채와 회사채를 모두 받아낼 충분한 여력이 있는지 9월과 10월이 방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