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터널 전문가 딕스 "지하서 예상보다 오래 생존 가능"
홍수로 입구 바위·진흙에 막혀…군 동원해 폭파 작업
1252명 숨지고 4000명 이상 실종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네팔을 강타한 대홍수로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수백명의 노동자가 실종된 가운데 세계적인 터널 구조 전문가가 아직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구조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현지 시간) 카트만두포스트에 따르면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구조 작업을 지원하고 있는 터널 전문가 아널드 딕스는 "터널은 외부 날씨로부터 보호되고 상대적으로 온도가 안정적인 인공 환경"이라며 "지상이 완전히 파괴된 뒤에도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생존 가능한 피난 공간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네팔 중부 지역을 강타한 대규모 홍수로 이날 오후까지 1252명이 숨지고 4000명 이상이 실종됐다. 홍수가 시작된 네팔·티베트 국경 하류 지역에서는 250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보테코시강을 따라 위치한 10여개의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수백명의 노동자가 실종된 상태다. 트리슐리 3A 발전소에서도 수십명이 터널 안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딕스는 트리슐리 3A에서 진행되는 작업이 시신을 찾는 '수습(recovery)'이 아닌 생존자를 찾는 '구조(rescue)'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수습 작업이 시작됐을 수 있지만 터널은 다르다"며 "침묵이 죽음의 증거는 아니다. 단지 신호가 없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홍수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약 30명이 트리슐리 3A 터널 쪽으로 이동해 대피하려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딕스는 이를 두고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있었던 환경으로 향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딕스는 과거 장기간 지하에 고립됐다가 구조된 사례를 들며 생존 가능성을 강조했다. 2010년 칠레 산호세 광산에서는 광부 33명이 지하에서 69일간 생존했으며, 2018년 태국 탐루앙 동굴에서는 소년 12명과 코치가 실종 9일 만에 살아 있는 채로 발견됐다.
딕스는 2023년 인도 우타라칸드주 실키아라 터널 붕괴 사고 당시 17일간 갇혀 있던 노동자 41명을 구조하는 데 참여한 전문가다. 그는 현재 네팔의 구조 상황을 "23개의 실키아라 구조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트리슐리 3A에서는 구조대가 터널 내부로 진입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딕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홍수로 거대한 바위와 진흙이 터널 입구를 막았으며 터널 입구 일부가 현재 강 아래에 잠겨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대는 진입을 가로막는 대형 바위를 제거하기 위해 군을 투입해 폭발물까지 사용했다. 동시에 터널 안으로 물이 밀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인공 배수로를 만들어 내부의 물을 빼내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물을 제거하고 진입로를 확보하면 발전소 내부를 향해 본격적인 굴착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딕스는 "역사는 우리가 왜 포기해서는 안 되는지를 보여준다"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그곳에 있다면 우리는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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