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에도 피해자 보호 나서…본인도 골절 부상
출동 경찰 도착 뒤에도 현장 지켜 체포 돕기도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김용중 수습기자 = 건강검진을 마치고 아내와 식사를 하러 가던 경찰관이 길거리에서 수상한 행동을 보인 남성을 미리 112에 신고한 뒤 불과 10분 만에 해당 남성이 여성을 폭행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이 경찰관은 이날 연가 중이었지만, 끝까지 피해자를 보호하다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101경비단 소속 최효석(31) 경사는 지난 1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수송동을 지나던 중 상의를 벗은 채 길가에 서 있는 20대 남성을 발견했다.
남성은 입고 있던 옷을 도로에 던진 뒤 한동안 인도에 서 있었다. 당시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최 경사는 행동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112에 신고했다.
최 경사는 이후 아내와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하던 중 신고한 지 약 10분 만에 "큰일 났다. 누가 맞고 있다"는 다급한 외침을 들었다. 밖으로 나가보니 조금 전 신고했던 남성이 바로 옆 편의점에서 60대 여성을 폭행하고 있었다. 피해 여성은 이미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최 경사는 출동 경찰관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계속 맞고 있다는 말을 듣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면 크게 다치거나 더 심각한 상황이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시간 동안이라도 추가 피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최 경사는 남성에게 "진정하시라. 그만하시라"고 말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자신을 비번 경찰관이라고 밝히고 폭행을 멈추도록 설득했지만 남성은 돌연 최 경사의 얼굴과 복부 등을 수차례 때렸다.
최 경사는 폭행을 당하면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남성이 다시 피해 여성에게 접근하자 허리를 잡아 넘어뜨리는 등 제압을 시도했고, 피해자와 남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계속 사이를 막아섰다.
남성이 편의점 안의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서진 나무 조각으로 보이는 물건까지 들어 피해자를 공격하려 하자 최 경사는 자신이 들고 있던 우산으로 이를 막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 경사도 부상을 입었다. 입 안쪽 두 곳이 찢어져 봉합 치료를 받았고, 안와 부위에는 미세 골절이 생겼다. 코와 입에서 피가 날 정도로 폭행을 당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 현장을 지켰다.
잠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남성은 처음에는 체포에 응하는 듯했지만 다시 경찰관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저항했고, 경찰이 테이저건을 겨누자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최 경사는 남성이 또다시 돌변할 가능성을 우려해 체포가 마무리될 때까지 현장에 남아 남성의 다리를 붙잡는 등 출동 경찰관들을 도왔다.
당시 함께 식사하던 아내도 최 경사가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 경사가 "경찰인데 내가 안 가면 누가 가겠느냐"고 하자 그의 결정을 이해했다.
최 경사는 "현장에서 제대로 잘하지 못한 것 같아 오히려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60대 여성을 폭행하고 이를 제지하던 최 경사와 출동 경찰관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이 남성을 현행범 체포해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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