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할머니가 기다리는 상담실…'마음을 들어 주는 벤치'
우리를 병들게 하는 세상…'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연명치료는 사양하겠습니다(히포크라테스)=양성관
20년간 약 20만명의 환자를 만나온 현직 의사는 죽음에 관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이 책은 과거 환자들의 기록인 동시에, 미래의 나와 당신을 위한 질문이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은 결국 하나다. 나는 어떤 마지막을 원하는가. 이 책이 누군가에게 죽음을 준비할 용기와, 자신이 바라는 마지막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힘이 되기를 바란다."(185쪽)
신간 '연명치료는 사양하겠습니다'는 삶의 마지막을 지켜봐 온 가정의학과 전문의 양성관이 현장의 경험을 담아 적은 연명의료와 돌봄 현실에 관한 책이다.
그는 오늘날 죽음의 장소가 집에서 병원으로 바뀌며 '연명 사회'가 됐다고 진단한다. 자연스레 죽음 앞에 의료·법·간병·요양 등 여러 고민과 결정이 뒤따른다.
의료진은 법적 책임을, 가족은 후회와 죄책감을 고민하는 사이 '최선의 선택'은 모호해진다.
저자는 '가족을 어디까지 치료해야 할지'라는 물음은 '내가 어떤 상태까지 살아 있고 싶은지, 어디에서 누구에게 돌봄을 받고 싶은지, 무엇을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지'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을 들어 주는 벤치(판미동)=딕스 치반다 지음, 주민아 번역
신간 '마음을 들어 주는 벤치'는 짐바브웨의 한 정신과 의사와 할머니 14명이 만든 정신건강 프로그램 '우정 벤치'에 관한 이야기다.
인구 1300만명에 정신과 의사가 단 6명뿐이던 짐바브웨에는 교통비 10달러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26살 에리카가 있었다.
저자이자 짐바브웨 정신과 전문의 딕슨 치반다는 환자들을 직접 찾아갈 방법을 찾는다.
힘든 이를 판단하고 답을 주기보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함께 길을 찾는 할머니들이 그 가능성이 됐다.
상담 훈련을 받은 할머니들은 옆에 앉은 이가 생각이 너무 많음(쿠풍기시사)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고(쿠부라 풍그와) 희망과 용기를 준 후(쿠시무드지라)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우게(쿠심비사) 도왔다. 그들의 현지어와 경험, 관계망이 연민·공감·지혜를 가능하게 했다.
"우리는 다들 척 보고 다 안다고 성급하게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어쩌면 그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남한테 보여 주고 싶은 우리만의 방식일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예전보다 남을 판단하지 않는 법을 차츰 배우게 되지요."(113쪽)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심심)=조애나 치크 지음, 제효영 번역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번아웃. 수많은 이유로 정신과 진료실을 찾는 이들이 있다.
신간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은 이 문제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캐나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조애나 치크는 정신건강에 일어나는 증상이 병든 세상을 알리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세상이 위험에 빠졌다면 괴로움을 느끼는 게 당연한데, 지금이 바로 그런 상태다. 불이 나면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듯이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 절망, 분노, 두려움은 세상이 불길에 휩싸였음을 정확하게 감지하고 울리는 경보다."(16쪽)
저자는 한 개인의 괴로움을 달래고 회복력을 키우는 것으로는 현재 우리가 마주한 심각한 위기를 외면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통합과 평등, 연민, 다양성을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치료는 모두의 일이 된다.
"이웃의 자원을 고갈시키면서 불평등한 권력과 특권을 계속 누리고 자기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는 한,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 활동이 아무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열심히 기도해도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없다."(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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