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체제 비판 '남민전' 활동으로 기소
1980년 징역 15년 선고…46년 뒤 무죄로
"위법수사 심리적 여파 등 고려해 판단"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박정희 정권 당시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고(故) 김남주 시인이 유죄 판결 46년 만에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한대균)는 2일 김 시인의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등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시인 등이 불법 체포·구금된 상태에서 가혹행위를 받으며 조사를 받은 만큼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 대부분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공판정에서 한 자백의 증거능력은 인정하면서도, 앞선 불법 수사의 심리적 영향이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자백의 신빙성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 없이 당시 공판에서 자백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남민전은 1976년 반유신 민주화운동과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운동 등을 목표로 결성된 지하 조직으로, 1979년 서울 일대에서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다 조직원과 관련자 80여 명이 수사기관에 검거됐다.
김 시인은 1978년 한국민주투쟁위원회(민투)에 가입한 뒤 남민전 기관지에 저항시를 싣고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유인물 제작 등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80년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이 확정됐다.
김 시인은 9년여간 복역한 뒤 1988년 12월 가석방됐으며 1994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유신체제에 항거한 활동을 인정받아 2006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결정되기도 했다.
김 시인의 배우자와 아들은 2024년 6월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김 시인이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강제 연행된 뒤 48일 동안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같은 해 10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그해 12월 시작된 재심에서 김 시인 측은 당시 활동이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던 유신체제에 맞선 행위였다며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명예를 회복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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