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 미용실'로 '재일 코리안 3부작' 완결…비극 속에서 희망 보여줘
정의신 "노동자가 日 경제 지탱 사실에 놀라…새로운 발견이자 감명'
9월 12일~10월 3일 세종문화회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저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세계를 재연했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이민의 이야기,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재일 코리안의 삶을 20여 년간 무대에 옮겨온 재일동포 2.5세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이 연극 '스미레 미용실'로 '재일 코리안 3부작'을 완결한다.
2012년 일본에서 초연한 '스미레 미용실'은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꽃처럼', '야끼니꾸 드래곤'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세 작품은 각각 1950·60·70년대를 살아간 재일 코리안의 삶을 그린다.
정 연출가는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스미레 미용실' 기자간담회에서 "처음부터 3부작을 완성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작품을) 쓰다 보니 50·60·70년대 재일 한국인에 대해 쓰게 됐다"고 말했다.
2012년 일본에서 초연된 연극 '스미레 미용실'이 한국 초연된다. 재일동포 2.5세인 정의신 연출가의 '재일 코리안 3부작' 마지막 작품으로, 정 연출가는 시리즈의 완결에 대해 "또 다른 감명"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무대는 1960년대 일본 규슈의 탄광촌이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들이 모여 사는 탄광 마을 '아리랑 고개'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재일 조선인 '수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수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미용실을 여는 꿈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탄광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마을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실과 이별을 마주한다.
정의신은 작품을 쓰기 위해 직접 규슈 탄광촌을 찾아 사고를 경험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살아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고, 그 목소리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 저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재일 코리안 노동자들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고도 했다.
"역사적인 흐름을 봤을 때 탄광의 노동자가 공항의 노동자로 이동하는 것을 봤을 때 이 가난한 노동자들이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습니다. 저 자신에게 있어 새로운 발견이자 감명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의신은 재일 코리안이 겪은 비극적인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작 '야끼니꾸 드래곤'에서 먹고 살아가는 일상을 통해 인물들의 슬픔과 삶의 애환을 그렸듯, '스미레 미용실'에서도 탄광 사고라는 비극 속에서 사랑하고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비춘다.
그는 "작품에서 탄광의 비극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며 "사랑은 인간의 가장 큰 욕구"라고 말했다.
60여 년 전 재일 코리안의 삶을 다룬 이야기가 오늘의 관객에게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신은 "탄광이 60년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치부되면 끝나겠지만, 이 불변한 사랑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에서 점점 쇠퇴되고 있다"며 "등장인물이 갖고 있는 고통이나 슬픔이 현대사회에서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일 코리안의 삶을 다룬 작품이지만 "인간은 (시대 흐름에도) 변함이 없어 현재 한국 관객에게도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수미 역을 맡은 최지연 역시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꿈을 놓지 않는 인물에 주목했다. 그는 "시대를 초월해서 꿈과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굴곡이나 절망이 있지만, 그런 순간에도 꿈과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신념이 굉장히 아름답게 보여진다"고 말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삶을 작품에서 보여주지만, 연출의 작품을 볼 때마다 이 시대에도 충분히 우리가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감동을 받았다"며 "여전히 재일 한국인 2세가 일본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시점에서 (이들의 삶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스미레 미용실'은 오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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