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교민사회도 충격에 조용…언론 인터뷰 등에 말 아껴
"일부 가족분들, 교민들과도 교류했는데…"
"실종자와 네팔 국민들 위해 기도해달라"
네팔 대홍수로 인한 한국인 실종자 수색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지 교민사회도 침울한 상태다. 교민들은 대부분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입을 꾹 닫고 "이해해달라"며 손사래를 쳤다.
사고가 발생한지 일주일째를 맞은 1일에도 실종자 수색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별다른 소식을 접하지 못하면서 현지 교민들은 애를 태우며 다 같이 가슴아파하는 모습이다.
한국 교민들은 네팔 현지에 약 600명 정도 있으며 대부분 수도인 카트만두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여러 현지 교민들을 수소문해 당시 상황 등에 대해 물으려 했지만 좀처럼 교민들의 목소리를 듣기가 어려웠다.
한 교민은 "지금 경황이 없고 아는 것도 없어 안타깝게도 도움을 드릴 수가 없다"며 이해를 당부했다. 또 다른 교민도 이번 재해로 피해를 입은 지인이 있음을 들어 인터뷰를 하기 어렵다면서 "심적으로 힘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다만 일부 교민들로부터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사고 이후 현지 상황 등을 일부 전해들을 수 있었다.
카트만두에 온 지 28년이 됐다는 교민 A씨는 교민사회 분위기에 대해 "굉장히 침체돼있다. 전부 다 당황스럽고 진짜 황당한 상황"이라며 "지진도 겪고 사고들도 몇 번 겪었지만 이번 사고는 자연재해가 이럴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쇼킹했다"고 돌이켰다.
A씨는 "지진 같은 경우에는 뛰쳐나가 도망치면 됐는데 이건 피할 수도 없었다"며 "사고 이후 한인회 등을 중심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안전 상황 등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사고 이전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들은 주로 현장에 머물면서 이따금씩 가족들을 만나러 잠시 카트만두에 들렀다 가고 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가족 분들은 교민들과도 교류하고 그랬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고가 발생한 당일 쉽게 믿지 못했다고도 털어놨다. A씨는 "오전 중에는 그냥 강물이 불어났다는 정도로만 소식이 들려왔다"면서 "낮 12시가 넘어 페이스북 등 여기저기에 사고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오는데 굉장히 놀랐다"고 했다.
이어 "평소에 강물이 맑고 비가 많이 오면 수위가 높아지는 정도였던 터라 여기 사람들도 놀랐을 것"이라며 "그 정도라 생각하지 못하고 강가에 나와있던 분들이 많았다. 현지인들도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사고 피해를 입은 누와코트 지역 트리슐리에 본인도 자주 갔었다면서 "트리슐리 바자르가 시장인데 다운타운이 완전히 쓸려갈 정도면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네팔 현지인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제가 보기에 피해를 입은 분들은 자체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일 것 같다"며 "오랜 터전도 쓸려간 상태이고 가족들도 실종되면서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23년간 카트만두에 거주하고 있다는 B씨는 "실종자들 중 일부가 같은 교회를 다니는 지인"이라며 "그분들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지금 마음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B씨는 "가족 분들과는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운 상태"라며 "교민사회도 쉽사리 말을 꺼낼 수도 없는 조용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홍수에 관해서는 "빙하가 녹은 물이 호수를 이루고 있다가 터져 홍수가 났다. 전에도 일부 범람이 있었는데 이렇게 큰 홍수가 날 거라고 예상을 못했다"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이번 사고와 관련한 많은 뉴스가 올라오다보니 한국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에서도 걱정된다며 연락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홍수 피해를 입은 네팔 국민들을 위해 마음을 합해 각자 믿는 신에게 기도라도 한번 해줬으면 좋겠다"며 "실종자분들이 가족 품에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손을 모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도 당부했다.
현지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또 다른 교민 C씨는 "네팔은 해마다 기후변화 때문에 위에서 얼음이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있다"며 "기존에도 빙하 녹은 물이 내려와 자연댐을 형성했었는데 이번엔 산기슭의 바위 등이 같이 밀려내려오면서 자연댐이 터지고 엄청나게 홍수가 커졌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또 "얼마 전 다녀온 도시인 치투안 인근 강에서는 떠내려 온 시신 233구를 찾았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처음엔 사람이 그렇게 많이 숨졌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돌이켰다.
이번 사고 이후 현지인들도 자국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열심히 모금 등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C씨는 "현지인들이 가난하긴 하지만 나서서 모금도 하고 있고 돈 있는 사람들도 많이 내고 있다"며 다만 정부가 지정하는 구호단체 등을 통해 한정적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력발전소 건설현장 사고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이 와서 하는 사업이었는데 사고를 당해 걱정이 크다"며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한인교회 등에서도 지원 노력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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