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수십조 원 풀었다는데 내 주식은 왜 이럴까요."
기업이 번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주주환원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작 주가 반응은 종목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최근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형 주주환원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삼성전자는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연간 9조8000억원 수준의 배당 유지를 발표했고, SK하이닉스는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 소각과 잉여현금흐름(FCF) 50% 이상 환원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렸습니다.
SK하이닉스는 강력한 주주환원 의지에 호응하며 상승 기류를 탄 반면, 삼성전자는 막대한 자금을 풀었음에도 주가 약세를 면치 못한 것입니다. 수십조 원의 돈을 풀어 주주를 챙기겠다는데 왜 두 대장주 사이에 명확한 온도 차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주주환원이란 기업이 경영 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나눠주는 정책으로, 크게 ▲현금배당 ▲주식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현금배당은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비례해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가장 직관적이며 주주가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식배당은 현금 대신 회사 주식을 새로 발행해 나눠 줍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보유 주식 수가 늘어납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회사가 시장에서 유통 중인 자사 주식을 직접 사들인 뒤(매입), 아예 없애버리는(소각) 방식입니다.
두 반도체 기업의 주가를 가른 결정적 차이는 자사주 소각 여부와 법적 제약(금산법)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사들인 자사주를 아예 없애버리는 '전량 소각'을 추진했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총 주식 수 자체가 줄어듭니다. 기업의 전체 가치(시가총액)가 동일하더라도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1주당 순이익(EPS)과 주당 가치가 직접적으로 상승하면서 주가를 강하게 견인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배당 유지를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했습니다. 소각이 담기지 않은 자사주 매입은 향후 시장에 다시 매물로 흘러나올 수 있다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의 지분율이 법적 한도(10%)를 넘어서는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약이 발목을 잡으면서 과감한 소각 카드를 꺼내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시장은 단순한 현금 지급이나 보유 목적의 자사주 매입 보다 주식 수 감소를 통한 실질적인 주당 가치 제고에 더 높은 점수를 준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주주환원이 언제나 호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주주환원이 득(得)이 되려면 사들인 자사주를 실제 소각해 주당 가치를 올리거나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FCF)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반면 소각 없이 자사주를 쌓아만 두면 시장에 다시 풀릴 우려가 남아 주가 부양 효과가 떨어져 독(毒)이 되기도 합니다. 반도체나 인공지능(AI)처럼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수인 기업이 과도한 환원으로 R&D(연구개발)나 설비투자를 줄이거나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배당을 강행하면 오히려 기업 재무 건전성을 해치게 됩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몇 조원' 환원이라는 금액에 착시되기보다 자사주 소각의 실제 이행 여부와 미래 성장동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환원인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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