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100조 붕괴…'박스권' 코스피 짐 싸는 개미들

기사등록 2026/08/31 10:50:55

거래대금·회전율 연중 최저 '만스피' 기대감 무색

"실질예탁금은 순유입, 개인 수급 기반 여전히 견조"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코스피가 175.30포인트(2.58%) 내린 6613.58 개장한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2026.08.31.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국내 증시의 대표적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100조원 밑으로 내려앉고 상장주식 회전율과 거래대금도 일제히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 지친 개인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거나 거래를 대폭 줄이면서 코스피가 답답한 박스권에 갇힌 채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8일 기준 96조7091억원까지 감소하며 100조원 선이 무너졌다.

지난 6월 초 140조원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두 달 새 40조원 넘게 증발한 셈이다. 증시 진입을 기다리는 대기성 자금이 빠른 속도로 이탈하는 모습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시장의 유동성을 보여주는 거래 지표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24조6490억원, 일평균 거래량은 3억890만 주로 올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6월 18조838억원에 달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7월 11조5542억원으로 불과 한 달 만에 36.1% 급감한 데 이어 8월 들어서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증시 활력의 주요 지표인 상장주식 회전율도 급격히 둔화했다. 지난 6월 13.60%에서 7월 12.82%로 낮아진 상장주식 회전율은 이달 들어 9.92%까지 떨어지며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회전율 역시 6월 10.35%, 7월 9.18%에서 8월 7.94%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일평균 기준 상장주식 회전율은 0.54%에 불과해, 하루 동안 전체 상장주식 1000주 중 약 5.4주만 거래될 정도로 손바뀜이 크게 줄었다. 6~7월 급등락 과정에서 손실이 쌓인 투자자들이 신규 매수를 극도로 자제하는 양상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장중 6500선까지 내려왔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5.30포인트(2.58%) 내린 6613.58로 출발한 뒤 하락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며, 장중 한때 6547.76선까지 밑돌았다.

지난 6월 장중 9385.59까지 치솟으며 '만스피'(1만 포인트) 기대감을 모았던 코스피는 지난달 말 장중 5200선까지 급락했다. 이달 들어 반등을 시도했으나 여전히 7000선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자금 이탈 속에 변동성 지표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시장이 극심한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은 기존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빠져나간 자금은 파킹형·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등 단기 안전자산이나 미국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머니마켓펀드(MMF)에만 1조6000억원의 대기성 자금이 들어왔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와 RISE 머니마켓액티브 ET에 각각 2941억원, 1438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 28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867억 달러로 지난달 말(1715억 달러)보다 8.86% 증가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투자자예탁금 감소로 개인 투자자의 매수 실탄이 바닥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수급 기반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금 유출입을 반영한 실질예탁금은 여전히 순유입 흐름을 나타내며 견조한 수급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자 부담이 발생하는 신용이나 미수 같은 레버리지 자금은 증시 조정 시 반대매매로 이어져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그럼에도 현재는 신용 자금 증가보다 시장의 팽창 속도가 더 빠르고 반대매매 물량도 차분히 소화되고 있다"며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될 때 들어올 요구불예금 등 대기성 잠재 자금도 충분한 만큼 강세 흐름이 유지되는 한 수급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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