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서 일하던 네팔인 가족들의 절규…"한국기업 어디 있나요"

기사등록 2026/08/31 06:00:00 최종수정 2026/08/31 06:04:07

한국인 실종자 발생한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엔 한국 기업 소속 현지인 직원들도 다수

현지인 직원 가족들, "회사 쪽서 상황이라도 설명해줘야" 애끊는 호소

[누와코트(네팔)=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9일 네팔 홍수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누와코트 지역 비두르시 인근 바타르에서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군 기지 앞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소속으로 일하다 실종됐다는 현지인의 가족인  쁘리아 카렐(35)씨 일행이 한국 기업 측이 상황 설명 등에 나서줄 것을 취재진에 호소하고 있다. 2026.08.31 pjk76@newsis.com
[누와코트(네팔)=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위 아 루킹 포 브라더! 코리아 컴퍼니 이즈 낫 히어!"

대홍수가 휩쓸고간 네팔에서 현지 진출 기업 소속으로 파견됐다가 실종된 한국인 9명을 찾길 바라는 간절함 속에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을 향한 또 다른 가족들의 애타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사업에 참여한 두산에너빌리티에 현지 채용돼 근무하던 현지인 직원 실종자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소문하고 있는 네팔인 가족들이다.

지난 29일 홍수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누와코트 지역 비두르시 인근에 있는 바타르의 군 기지 앞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벽면에 써붙여있는 구조자 명단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거나 담장밖에 모여 가족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었다.

이곳은 홍수가 발생한 트리슐리강 인근에 있어 현재 실종자 수색작업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사용되고 있다. 이날도 수색을 위해 비행을 떠나거나 착륙하는 헬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기지 앞에 몰려든 사람들은 대부분 현지인 실종자 가족들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히 이곳에서는 한국인 실종자들이 소속된 두산에너빌리티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현지인의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누와코트(네팔)=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두산에너빌리티 소속으로 일하다 네팔 홍수로 실종됐다는 현지인의 가족인 쁘리아 카렐(35)씨가 지난 29일 누와코트 지역 비두르시 인근 바타르의 군 기지 앞에서 실종된 동생 밀란 카렐씨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2026.08.31 pjk76@newsis.com
이들은 한국인뿐 아니라 실종된 자신의 가족에게도 관심을 보여줄 것을 바라면서 애를 태우고 있었다.

현지인 직원들도 한국 기업을 위해 일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되고 있는지 회사 측에서 상황에 대한 설명이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니냐며 눈물로 호소했다.

한국 기업들 역시 분주하게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음에도 기상 상황과 현지 당국의 허가 문제 등으로 원활하게 수색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지인 가족들에게 원활한 접촉이나 설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 기업들에 대한 오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2년 전부터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현장에서 숙식을 하며 지리학 관련 기술자로 일해왔다는 밀란 카렐씨의 누나 쁘리아 카렐(35)씨는 이날 기지 앞에서 "한국 업체에서는 책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울먹였다.

카렐씨는 "제 동생이 두산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동생은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홍수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밑에 있던 사람들은 살렸는데 우리 동생이 있던 데는 아직 연락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카트만두에 있는 사무소도 연락이 없고 한국 회사는 어떻게 됐는지 아무 소통도 없고 너무 답답하다"면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사고가 일어났으니 그 회사에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아무 사람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안 기술자로 역시 3개월 전부터 두산에서 일하고 있었다가 실종됐다는 크리쉬나 아디까리씨의 누나 산또시 아디까리씨도 "그날 동생이 올케와 오전 8시14분에 통화해 '이제부터는 터널 안으로 들어가서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며 "그 이야기를 하고는 이후에 바로 홍수가 발생했고 그 다음으로는 아무 소식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누와코트(네팔)=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두산에너빌리티 소속으로 일하다 이번 네팔 홍수로 실종된 비크람 사프코타씨의 사진. 2026.08.31 pjk76@newsis.com

디네스 카예스터(54)씨는 두산의 건설 현장에서 셋째 동생 아를라마 카예스터씨가 버스 운전사로 근무하다가 실종됐다고 했다.

카예스터씨는 "내 동생도 여기서 운전사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혼자 대피하지 않고 한국인, 중국인을 구조하려고 갔다가 실종됐다"며 사고 당시 버스 모습 등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어 "우리는 수력발전소 가는 길에 있는 마을에 살았는데 집도 다 쓸려 내려가서 살 곳도 없다"면서 "동생은 아이도 매우 어린데 다른 사람을 구조하려다 실종돼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다.

우메스 따만(43)씨도 "동생이 두 달 전에 휴가를 나와 집으로 왔다가 다시 일하러 들어간지 사흘 밖에 안 됐는데 사고가 났다"며 "사고 현장 위쪽에서 안에서 구조해달라는 소리가 들렸다는데 아직까지 구조작업이 안 되고 있다"며 시급한 구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 측 관계자는 사고를 당한 현지인 직원들과 관련해 "회사에서도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지 목소리를)내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두산그룹 측에서는 기업 총수들이 직접 네팔을 방문해 현지 상황 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은 29일 오후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이날 트리부반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긴밀히 협조해서 구조작업이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회사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네팔에서 발생한 이번 대홍수로 인해 네팔 라수와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던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 등 한국인 9명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들 기업이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들까지 합하면 관련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누와코트(네팔)=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9일 네팔 홍수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누와코트 지역 비두르시 인근 바타르에서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군 기지 앞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소속으로 일하다 실종됐다는 현지인의 가족인 디네스 카예스터(54)씨가 실종자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2026.08.31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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