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회장단, 28일 기자간담회 개최
"예측 가능하지 않은 예산은 활용 불가"
"미래대응기금은 韓 교육 전반에 써야"
"정부가 대학 AI 도입, 전기료 지원해야"
[제주=뉴시스]정예빈 기자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으로 고등교육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예산의 '예측 가능성'이 먼저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부금 개편으로 확보된 재원을 영유아부터 평생교육까지 전 주기에 투자하되, 투자 효과가 가장 큰 고등교육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짚었다.
등록금 책정은 대학을 신뢰하고 맡겨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의 지방 국립대 등록금 무상화 추진과 관련해서는 사립대 지원 확대를 역설하며,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한 정부 투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대교협 회장단인 이기정 회장(한양대 총장)과 전민현(인제대 총장)·정태주(국립경국대 총장)·최재원(부산대 총장) 부회장은 지난 28일 오후 '2026년 하계대학총장세미나'가 열린 제주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예측 가능하지 않은 예산은 활용할 수 없다"며 "내년 고등교육계에 어느 정도 규모의 예산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학이 예측할 수 있는 예산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내국세의 20.79%를 교육교부금에 자동 배정하는 현행 방식을 폐지하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미래대응기금 내 인재·교육 계정의 수입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금은 고등교육 등 교육·인재 분야의 전략적 투자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고등교육 예산은 예년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미래대응기금을 꼭 고등교육에만 쓰자고 주장하지 않는다"며 "영유아교육부터 초·중등, 고등, 평생교육까지 우리나라 교육 생태계 전반에 같이 쓰여야 한다"고 했다.
교부금 개편으로 확보된 재원을 교육 사각지대 해소에 써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회장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약 30%의 국민과 고등교육에서 평생교육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교육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고,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 중에서 마음건강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며 "전통적으로 우리가 관심을 많이 두지 않았던 곳까지 합해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고등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같은 돈을 투자했을 때 가장 크고 효과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분야는 고등교육"이라며 "고등교육에도 시선을 돌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고등교육 재정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도 등록금 인상이 여전히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인상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로 가서는 안 된다"며 "대학을 믿어주면 투명하게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지방 국립대 등록금 무상화 정책에 관해서는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초과 세수의 물길이 국·공립대학에 가는 것도 당연히 맞지만 사립대학에도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지역 거점국립대 총장인 최 부회장도 "초·중등 사립학교와 사립대학이 대한민국에서 의무교육과 대학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부분도 상당하다"며 "정부가 어느 정도는 책임을 져야 할 뿐 아니라 자율성을 통해 사립과 국립은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을 도입하는 방안에 관해 이 회장은 "정답은 없다"면서도 "공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육이 처절하게 무너진 상황"이라며 "공교육에 투자되는 정부 재정이 매우 큰데 우수한 교사를 활용하지 못하고 공교육이 무너진 것을 되돌리지 않으면 입시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크게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논술을 도입한다고 하니 초등학생들이 논술학원을 벌써 다니는 일이 생긴다. 사교육의 영향을 줄이면서 학생들이 개념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창의적인 사고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측정해 나갈 수 있도록 입시를 바꾸긴 바꿔야 한다"며 "청사진 발표 없이 추진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자 대학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회장은 "알고리즘을 통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만나는 사람들도 제한적이면 그 속에서 과연 성장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AI 기술 발전과 활용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대학에서 방향성 정도는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 AX를 위한 정부 투자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 부회장은 "사립대는 지난 17년 동안 등록금에 동결되는 바람에 시설 투자나 우수 교원 유치가 상당히 어려운 상태"라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정부가 각 대학이 하기 힘든 AI 도입과 전기료도 지원해 준다면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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