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걷게된 청년, '차별'을 '강연'으로 바꾸다[당신 옆 장애인]

기사등록 2026/08/22 13:00:00 최종수정 2026/08/22 13:14:23

장애인식개선 전문강사 김남영씨 인터뷰

16년만에 병명 찾고 17살에 스스로 걸어

대학·직장생활 통해 '변화·인식개선' 체감

"무조건적 도움 아닌 함께하는 사회돼야"

[세종=뉴시스]장애인식개선 전문 강사인 김남영씨. (사진=본인 제공) 2026.08.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강진아 기자 = "시설이나 정책보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제가 사람들 앞에 서는 이유도 바로 장애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어서죠."

장애인식개선 전문 강사인 김남영씨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강사다운 말솜씨를 자랑했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그는 2023년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전문강사에 이어 지난해 사회적 장애인식개선 전문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난 20일 전화로 만난 그는 스스로 삶을 개척해 가는 열정 가득한 서른살 청년이었다.

그가 강사로 나서게 된 건 자라면서 마주한 '차별'이 계기였다. 저상버스 승차를 거부 당하고 친구들에게 그와 어울리지 말라는 소리를 듣는 등 일상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겪어왔다.

동시에 '변화'를 경험한 것도 자극이 됐다. 10년 전, 강원대에 입학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걸 보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개선 목소리를 담아 나간 전국장애대학생 5분 PR대회에선 대상을 탔다. 행동도 이어갔다. 장애·비장애 청년 동아리를 만들어 총장에게 50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제출해 건의했고 이후 승강기 10대와 경사로 등이 생겨났다.

2년간의 직장 생활도 강사 활동의 기반이 됐다. 취업은 쉽지 않았다. 장애인은 전부 인턴 아니면 기간제만 뽑았다. 11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장애로 말이 어눌하다 보니 서류에서 떨어지기 일쑤였다. 면접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회사 최종 면접에 두 번이나 올라갔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기간제로 뽑힌 곳에선 초반에 일을 주지 않았다.

"처음 저를 뽑았을 때 자리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했대요. 그런데 제가 먼저 일을 달라고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니 직원들의 생각이 바뀌었죠. '아, 장애인도 일할 수 있구나' 하고요. 민원인이 제게 욕했을 때 '우리 애한테 왜 그러냐'고 나서서 막아주기도 했어요. 이런 경험 속에 인식 개선 중요성을 체감했죠."

지금은 연단에 서 있지만, 그가 두 발로 온전히 일어선 건 17살 때였다. 태어난 순간 숨을 쉬지 못했던 아기는 의사의 손길로 울음을 터트리기까지 5초의 찰나에 장애를 얻었다. 16살까지 병명을 찾지 못했던 그는 병원을 전전하다가 근긴장이상증 진단을 받았다. 신체가 떨리거나 뒤틀림이 있는 신경장애로, 마라토너인 이봉주 선수가 앓고 있는 병과 같다.
[세종=뉴시스]장애인식개선 전문 강사인 김남영씨. (사진=본인 제공) 2026.08.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태어나 아기가 울어야 뇌에 산소가 공급되는데 저는 곧바로 울지 못해 뇌신경장애가 생긴 거예요. 병명을 찾고 수술도 받았는데 실패해 좌절도 컸어요. 1년 뒤 마지막으로 가보자 한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통해 기적처럼 걷게 됐죠. 이전까진 집에서 기어다녔어요. 걷게 되면서 삶이 더 감사했고 제가 겪었던 차별을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강의 역시 그의 경험이 기반이다. 유치원생부터 학생, 직장인, 노인정의 어르신까지 대상에 맞춰 자신의 삶을 녹여낸 '스토리텔링'으로 다가간다. 소중한 친구들과의 학창 시절 이야기부터 직장 경험, 자기 할머니 이야기까지 '맞춤형 교육'이 이뤄진다.

"초등학생 2학년이었는데, 강의가 끝난 후 쫄래쫄래 오는 거예요.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감사 편지와 함께 자기가 아끼는 키링을 줬어요. 너무 행복했죠. 지금도 액자에 보관하고 있어요. 최근 춘천의 한 여중에선 학생들이 집중을 너무 잘해 선생님들도 놀랐어요. 학교에선 강의 전에 학생들이 집중하지 못할 거라고 예고했거든요.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남고 인식 개선을 같이 하겠다고 느끼게 했다면 그게 가장 행복해요."

특히 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도움이 아닌 '쌍방향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길을 열어두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장애인도 비장애인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함께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사회에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배려라고 생각해요. 힘들 거라 생각하지 말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어떤 방법이 편할지' 자꾸 물어봐주는 거죠. 장애인도 능동적으로 나서야 해요. 우리가 느릴지언정 우리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야죠."

그는 사회 참여도 적극적이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청년포럼 운영위원, 춘천시 장애인지적 정책 심의위원 등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2년엔 '나는 장애를 극복하지 않았습니다'는 제목의 책도 발간했다.
[세종=뉴시스]장애인식개선 전문 강사인 김남영씨. (사진=본인 제공) 2026.08.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4년째 활동을 이어온 그는 10월까지 강의 일정이 꽉 차 있다고 웃었다. 초반엔 의뢰가 없어 걱정했지만, 열심히 뛰어온 결과다. 지난 3월엔 회사 '이음'을 설립했고, 최근 강원권 예비 사회적기업에도 선정됐다. 이날 인터뷰를 마친 후 협약을 위해 강릉에서 원주로 달려가야 한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강의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듯, 사람 사이 연결과 어울림을 뜻하는 이름으로 지었다.

아직은 1인 회사이지만, 더 많은 장애인식 개선 강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그는 "장애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노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차별은 존재하죠. 누군가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하고, 그게 바로 저라고 생각해요. 제 목소리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긍정적인 변화가 스며들 거라고 믿어요. 최선을 다해 강의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강원도에서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땀 흘리는 한 청년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