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71% “우리 동네 데이터센터 반대”
1분기 최소 75개·1300억달러 규모 사업 차질
뉴욕 환경허가 중단·펜실베이니아 심사 강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오픈AI·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립에 필요한 지역사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지원금과 일자리, 물·전력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 에핑엄 카운티의 한 직업교육기관에는 주민 약 1000명이 모였다. 오픈AI가 인근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한 다음 날 마련한 주민 설명회였다. 행사장 밖에서는 “‘나는 AI에 투표하지 않았다’”, “‘데이터는 마실 수 없다’”라고 적힌 팻말을 든 주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안에서는 직원들이 일자리 정보를 안내했고 무료 타코도 제공했다.
오픈AI가 내놓은 핵심 조건은 사업 기간에 걸쳐 제공할 8000만달러(약 1120억원) 규모의 지역사회 혜택이었다. 조지아주 대학과 2년제 대학, 기술학교의 자격을 갖춘 학생들에게는 AI 코딩 도구 ‘코덱스’ 이용 크레딧을 최대 7100만달러(약 994억원)어치 제공하기로 했다.
오픈AI의 글로벌 대외업무 총괄인 크리스 레하네는 주민 설명회가 지역사회의 동의를 얻는 데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전기요금이 오르는가, 물 공급에 영향을 주는가, 세금을 더 내는가 덜 내는가’를 정말 알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WSJ은 속도와 비밀협상, 정치적 인맥에 기대던 데이터센터 업계의 사업 방식이 주민 반발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데이터센터 반대 움직임을 추적하는 연구 프로젝트 ‘데이터센터워치’는 올해 1분기에 지역 반대로 지연되거나 차단된 미국 데이터센터 사업이 최소 75개, 약 1300억달러(약 182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단일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주정부도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뉴욕주는 지난달 14일 신규 초대형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주 환경허가를 최대 1년간 일시중단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이달 18일 지역사회의 승인과 전기요금·환경·고용·투명성 요건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AI 데이터센터는 신속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사업자와 지방정부 사이의 비밀유지계약도 금지했다.
메타는 이달 10일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미래는 모두의 것’ 기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메타는 올해 AI 인프라 등을 중심으로 최대 1450억달러(약 203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환경과 고용에 관한 약속도 내놨다. 메타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양보다 더 많은 물을 해당 유역에 보충하는 ‘워터 포지티브’를 달성하고, 물 부족이 심한 지역에서는 사용량의 두 배를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무료 기능인력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수료생에게 데이터센터 건설 관련 일자리를 보장하겠다고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1월 선거 이후 데이터센터가 전국적인 정치 문제로 바뀌었다고 판단했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 겸 사장은 전기요금 인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미키 셰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뉴저지주지사 선거가 특히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전기·물·일자리·세금 관련 지역사회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3월에는 지방정부에 요구하던 비밀유지계약을 중단하기로 했다.
밀실 추진에 대한 반발은 아마존도 비켜가지 못했다. 캘리포니아주 길로이에서는 상당수 주민이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아마존 데이터센터 공사가 시작된 뒤에야 사업을 알게 됐다. 아마존은 주민 반발이 커지자 설명회를 열었다. 다만 회사는 사업이 여러 해에 걸친 승인 절차와 주민 의견수렴 기간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들의 홍보와 실제 행동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 그린 미시간대 정보·공공정책학과 조교수는 기업들이 한편으로는 “좋은 이웃이 되겠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터센터 건설 일시중단 법안과 규제에 맞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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