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 박을 타다' 남상일·김준수의 티키타카…"창극 맛보면 빠져든다"

기사등록 2026/08/19 17:22:30

내달 3~26일,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

국내외 9편 음악극 무대…홍보대사 남상일·김준수

19일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린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 기자간담회에서 소리꾼 김준수와 남상일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흥보 역을 맡은 김준수가 '던져놓고 받아먹고'를 빠른 휘모리 장단에 맞춰 연창하자, '놀부' 역의 남상일이 '던져놓고 받아먹고'로 받는다. 부채를 주고 받으며 배틀을 이어가던 두 사람. 김준수가 던진 부채를 남상일이 떨어뜨리자 "잘혀"라고 하자 웃음보가 터진다.

국립창극단이 19일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 기자간담회에 앞서 '흥보, 박을 타다' 장면 일부를 시연했다.

이날 소리꾼 남상일과 김준수는 '춘향가' 한 대목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호흡을 자랑했다. 두 사람은 올해 '세계음악극축제' 홍보대사도 함께 맡았다.

남상일은 국악을 어렵게만 느끼는 국내외 관객들이 벽을 느끼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맛보게 하면 (누구나) 다 좋아하게 돼 있다"며 "처음에는 어려워하다가도, 다 빠져든다. 왜냐하면, 우리 것이니깐"이라고 답했다.

"창극을 맛보면 빠져들게 되어 있어요. 튜닝의 끝은 순정이다라는 말을 저는 너무 좋아합니다. 결국엔 (창극은) 판소리라는 거죠."

그러면서 남상일은 10여 년 전 스승인 안숙선 명창과 함께 프랑스 파리의 한 축제에서 3시간 완창을 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서울=뉴시스]'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 공연 중 국립창극단 '창극콘서트-흥보, 박을 타다' 시연 장면. (사진=국립극장 제공)
그는 "파리 가을 축제에 초청받아 '수궁가'를 입체창으로 3시간 반 동안 완창한 적이 있다"며 "1부가 끝나면 관객이 다 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늘어났고 3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외국인들은 우리 판소리나 국악에 대해 지루하다는 편견 없이 예술 자체로 접근하기 때문에 더 진중하고 재미있게 감상한다"라고 말했다.

김준수는 "해외 순회공연을 하며 만난 외국 관객들에게 느낀 창극의 매력은 소리꾼들이 빚어내는 폭포수 같은 에너지"라면서 "관객들은 언어를 직관적으로 알아듣지는 못해도 소리꾼들이 음을 얹어 솔직하게 표현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그대로 읽어낸다"라고 했다.

김준수와 남상일이 출연하는 국립창극단 '창극콘서트-흥보, 박을 타다'는 판소리 '흥보가'의 해학과 풍자를 한 편의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올해 두 번째를 맞는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는 '뮤직 드라마 오디세이(Music Drama Odyssey)'를 부제로 다음 달 3~26일 국립극장 해오름·달오름·하늘극장에서 열린다. 국립창극단의 '귀토', '창극콘서트-흥보, 박을 타다', 국립극장 기획 '옹옹옹'을 비롯해 총 9편의 국내외 음악극을 선보인다.

해외 초청작으로는 아시아 전통 공연예술의 미학을 집약한 태국과 중국의 대표작이 무대에 오른다. 태국 문화예술부 왕립무용단의 '콘(Khon): 라마끼엔의 이야기'는 인도의 고대 서사시 '라마야나'에 태국의 역사와 문화를 더한 국민 서사시를 무대화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태국 전통 가면무용극의 정교한 춤사위와 화려한 가면을 통해 신화적 세계를 그려낸다.

[서울=뉴시스]'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 공연 중 국립창극단 '창극콘서트-흥보, 박을 타다' 시연 장면. (사진=국립극장 제공)
중국 상하이 경극원의 '지단 왕자의 복수'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고대 중국의 가상 국가 '적성국'으로 옮겨 경극 특유의 창과 몸짓으로 재해석했다. 이 작품은 2011년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서 '헤럴드 엔젤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입증받았다. 

유은선 축제추진단장은 "창극을 기반으로 하되 음악극 전반을 포괄하기 위해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로 명명했다"며 "국내에 창극단이 광주, 남원 등 4~5개에 불과하지만, 이번 축제가 지역 창극단이 중앙 무대로 올라오는 교두보 역할을 해 향후 진정한 의미의 '창극 축제'로 확장해 나가겠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실제로 이번 축제에는 지역 창극단과 민간 단체의 다채로운 창작 음악극이 초청돼 축제의 외연을 넓힌다.

보물 '희경루방회도'를 모티브로 한 동명의 창무극을 선보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창극단의 김용호 예술감독은 "지역에 있는 무형·유형 유산들을 끄집어냈을 때 가장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의 보배로운 지역 유산이 이번 축제와 같은 중심 무대에 올라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월 지역 초연 당시 한 달 반 전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할 만큼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며 작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19일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린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혜성컴퍼니 김혜성 대표,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정지혜 대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창극단 김용호 예술감독, 유은선 축제추진단장, 국악인 겸 방송인 남상일, 소리꾼 김준수. (사진=국립극장 제공)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대표하는 대중가요 42곡을 엮은 주크박스 음악극 '백만사'를 기획한 혜성컴퍼니의 김혜성 대표는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민초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가요들을 엮은 이 작품이야말로 가장 동시대적이고 보편적인 세계 음악극"이라며 "원곡의 가사와 편곡을 훼손 없이 그대로 살려 저작권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유의 '너의 의미', 박진영의 '허니(Honey)', 싸이의 '챔피언' 등 대중에게 친숙한 현대 대중음악들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판소리공장 바닥소리는 정지혜 대표가 각색을 맡은 창극 '해녀탐정 홍설록'을 통해 1930년대 제주 해녀들의 삶과 항일운동 역사를 탐정극이라는 흥미로운 형식과 판소리로 풀어낼 예정이다.

정지혜 대표는 "물에서 죽으면 가는 섬이라는 '이어도'를 배경으로, 홍설록이라는 탐정이 제주도로 사건을 파헤치러 가는 이야기"라며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