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에 전세계 긴장…韓, 대규모 확장재정 괜찮을까?

기사등록 2026/08/19 16:22:38 최종수정 2026/08/19 17:40:23

美·日·유럽 장기채 금리 급등…한국도 상승세

고물가 지속 전망, 재정 악화 우려에 채권 약세

정부, 내년에도 '800조+α' 대규모 확장재정 예고

상대적으로 재정사정 양호하지만 우려 목소리도

[도쿄=AP/뉴시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장기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월가에서는 일본 장기금리 급등이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23년 8월18일 일본 도쿄의 도쿄증권거래소에서 한 방문객이 전자 주식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2026.05.21.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글로벌 국채 금리가 장기채를 중심으로 급등(가격 하락)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각국의 재정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안 심리가 더해지면서 채권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국채 금리도 최근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부가 예고한 대규모 확장재정 정책으로 채권 시장의 불안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마켓워치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국채시장에서 30년물 금리는 한때 5.339%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10년물 금리도 장중 4.750%까지 상승해 지난 7월31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날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2.955%까지 상승해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전(1.597%)에 비해 1.35%p 이상 급리 수준이 높아졌다. 독일(3.276%), 이탈리아(4.077%), 영국(5.086) 등 유럽 주요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장기채 중심으로 주요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고유가와 고물가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안한 시각도 채권 금리에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올해 7월까지 누적 재정적자는 이미 전년도 연간 적자 규모(1조775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란과의 분쟁 장기화로 군사비가 크게 증가한데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 부담도 확대됐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39조9000억 달러로 이번주 40조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 국방예산과 연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국채 이자 비용만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방위비 증액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현행 8%인 소비세율을 2년간 1%로 낮추는 감세까지 추진하자 채권 시장이 강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채권 금리는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가계의 지출 부담을 높여 경기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금리 상승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주요국 채권 시장이 요동치면서 한국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 중이다.

전날 채권 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382%까지 상승했다. 1년 전(2.853%)에 비해 1.529%p나 금리 수준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 일본처럼 재정건전성의 급격한 악화를 걱정해야할 상황은 아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50.6%에서 47%로 낮췄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활용해 확장적 재정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예산처는 지난달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 총지출 예산을 '800조원+α'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본예산(728조원)을 10% 이상 상회하고,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한 올해 총지출(753조원)보다도 6% 이상 확대된 규모다.

반도체를 이외의 분야로 성장의 온기가 확산되지 않는 'K자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 투자하고 청년 일자리 확대 등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 투입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세수가 크게 늘었다고 해서 지출을 과도하게 늘릴 경우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한다.

최근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은 반도체 수출 호황의 영향을 반영해 일제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날 2.5%였던 기존 전망치를 3.2%까지 올렸다. 무디스(3.5%),  JP모건(3.8%), 씨티(3.7%) 등 3%대 중후반을 전망하는 기관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치상으로 경기가 확장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릴 경우 물가와 금리 상승 압력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일본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우리나라 금리는 당연히 상승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는 지금 추가세수로 나랏빚을 상환하는게 아니라 또 쓰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내부 정책은 그것(금리 상승세)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는 요소"라고 짚었다.

석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에 못미치는데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기침체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확장재정 정책을 하게 되면 물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성장과 분배 두 가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명확한데, 이제는 재정건정성을 강화한다는 목표 하에서 성장과 분배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뉴욕=AP/뉴시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장기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월가에서는 일본 장기금리 급등이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22년 9월23일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성조기가 걸려 있는 모습. 202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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