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천 친 사무실서 공포영화 ‘터치 그래스’ 촬영
中 ‘시댄스 2.5’ 배경에 배우 움직임 실시간 합성
프라미스 “기존 제작비보다 20~50% 절감” 추산
영국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소니 픽처스의 유서 깊은 촬영소 인근에 들어선 신생 AI 영화 스튜디오 프라미스(Promise)의 공포영화 ‘터치 그래스’(Touch Grass) 촬영 현장을 전했다.
촬영진은 작은 카메라로 달리는 토머스를 따라갔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영상 생성 AI ‘시댄스 2.5’로 만든 초원에 배우의 모습을 합성하자 풀이 토머스의 몸에 스치는 듯 움직였다. 다음 촬영에서는 같은 공간이 음산한 지하 동굴로 바뀌었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수백만 달러 초반대로 책정됐다.
프라미스는 미국과 중국의 AI 모델로 배경과 특수효과, AI 캐릭터 등을 제작한다. 구글의 AI 퓨처스 펀드와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지난달에는 ‘2026 디즈니 액셀러레이터’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다.
프라미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조지 스트롬폴로스는 인간 배우와 AI를 함께 쓰는 영화의 제작비가 기존 방식보다 20~50% 적게 들 것으로 추산했다. 제작비 부담이 줄면 독립 제작자가 대형 스튜디오의 투자 없이도 더 과감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AI는 이미 신생 스튜디오의 실험을 넘어 다수 작품의 제작 과정에 들어왔다. 넷플릭스는 올해 약 300편에 생성형 AI 작업을 활용했으며, 사용 범위는 후반 작업에 가장 집중됐다고 밝혔다. 배우 브래드 피트도 AI를 적절히 활용하면 4000만~9000만 달러 규모의 중간예산 영화를 다시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다빈치 코드’와 ‘뷰티풀 마인드’를 연출한 론 하워드는 AI 스튜디오 옵시디언과 장편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더 코드’를 제작하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 포로가 된 미군들이 수용소에서 그린 그림을 토대로 하는 작품이다. 옵시디언 측도 AI로 제작비를 30~40%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터치 그래스’ 촬영에는 인간 배우가 참여했지만, 배우와 작가들은 AI의 역할이 가상 배우와 창작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할리우드 지역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로라 프리드먼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 7월 “수만 명의 미국 노동자가 업계에서 밀려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배우·방송인노조(SAG-AFTRA)도 지난 6월 비준한 새 계약에 합성 배우의 이용을 한층 제한하는 조항을 넣었다.
반면 영화 ‘프레데터’의 특수효과 작업에 참여했던 아카데미상 수상자 조엘 하이넥은 AI를 필름에서 디지털 영화로 전환했던 때와 맞먹는 변화로 평가했다. 과거에는 어려웠던 장면을 훨씬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자택 침실에서 AI 영화를 만드는 캐번 ‘더 키드’ 카도자는 이를 1990년대 쿠엔틴 타란티노와 스파이크 리 같은 개성 강한 감독들이 등장했던 시기에 비유했다. 그의 판타지 영상 시리즈 ‘크로니클스 오브 본’은 유튜브에서 2800만회가량 조회됐다. 카도자는 AI가 거대 스튜디오의 제작 공식에서 벗어난 창작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카도자는 특히 중국 기업의 이미지·영상 생성 모델이 미국 모델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모델이 저작권 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방대한 자료를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미국에서 중국산 오픈소스 AI 모델 제한 논의가 진행되는 데 반대하며 실제로 금지된다면 “중국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자이자 AI 자문가인 조애나 포퍼는 AI가 재능 있는 사람에게 직접 영화를 만들 수단을 제공하는 한편, 영화 제작으로 생긴 이익을 소수 기술기업에 집중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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