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낮춘다던 AI, 올해는 거꾸로 밀어올린다…최대 0.4%p 계산 나왔다

기사등록 2026/08/17 07:00:00

애플, 맥·아이패드 일부 모델 100~500달러 인상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 건설 수요 동시 급증

CIBC "올해 PCE 물가상승률 최대 0.4%p 높일 수도"

[뉴칼라일=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리사 쿡 이사가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을 강력히 경고하며 필요시 추가 금리 인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2026.05.28.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낮출 것으로 기대됐던 인공지능(AI)이 올해 미국에서는 단기 물가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캐나다계 투자은행 CIBC 캐피털마켓은 AI 붐이 올해 미국의 연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을 최대 0.4%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15일(현지 시간) 알파벳·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가 AI 개발과 데이터센터 건설에 경쟁적으로 돈을 쏟아부으면서 반도체와 전력 수요가 늘고 건설비도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가격이 계속 떨어져 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했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기술제품 가격이 오르며 물가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CIBC의 헬렌 라오와 에이버리 셴펠드 이코노미스트는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효과는 나중에 나타나지만 대규모 설비투자 비용은 당장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AI발 물가 압력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으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AI 붐이 물가를 밀어올리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컴퓨터와 메모리, 서버 등 기술제품·부품 가격 상승이다. 마켓워치가 미 정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컴퓨터·주변기기·스마트홈 음성비서 기기’ 항목은 2006년 이후 거의 매년 하락했고, 연간 하락 폭이 16%에 이른 해도 있었다.

예외는 재택근무 확대로 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이 부족해졌던 2021년이었다. 올해 이 항목은 2006년 이후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연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숀 듀브라백 글로벌전자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네트워크의 핵심 부품 부족이 이어지면 가격 상승세가 수년간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전자제품 가격은 이미 올랐다. 애플은 6월25일 맥과 아이패드 일부 모델의 미국 판매가격을 100~500달러(16일 환율 기준 약 14만~71만원) 올렸다. 마켓워치는 경제학자들의 추산을 인용해 컴퓨터 관련 제품 가격 상승만으로도 미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0.1~0.2%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77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특히 ‘칩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해 컴퓨터(25.1%),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22.5%)도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PC가 진열돼 있다. 2026.08.04. jini@newsis.com
둘째는 데이터센터 건설비 상승이다. 대형 건물 안에 고성능 서버와 냉각설비, 전력 공급설비를 채워 넣는 데 수천억 달러가 투입되면서 건축자재와 전력·화물운송 수요가 커지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신규 산업용 건물의 건설가격은 7월 전년 동월보다 5.3% 올랐다. 마켓워치는 이를 데이터센터 건설 붐의 한 징후로 봤다. 다만 이 통계는 자재비만 따로 잰 수치가 아니며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산업용 건물 전반의 건설가격을 포괄한다.

셋째는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다. AI 관련주 급등으로 주식과 퇴직연금 자산이 불어난 고소득층이 자동차·주택·여행 등에 지출을 늘리면 상품과 서비스 수요가 커져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소득 상위 20% 가구가 최근 수개월간 미국에서 팔린 신차의 절반 이상을 샀다고 추산했다.

CIBC의 0.4%포인트 추정치는 이들 경로 가운데 계량할 수 있는 일부 효과를 합산한 모델 결과다. CIBC는 정보처리 장비와 전력 가격이 전체 PCE 물가상승률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계산했다. 두 항목의 기여도가 1991~2019년 평균을 웃돈 폭을 모두 AI의 영향으로 보면 5월 기준 직접 효과는 약 0.3%포인트였다.

CIBC는 여기에 AI 관련 투자와 주식 자산 증가가 소비와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는 간접 효과도 반영했다. CIBC는 AI가 없었을 때와 비교해 올해 생산갭을 1.3%포인트 높였다고 추산했다. 생산갭은 실제 GDP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잠재 GDP를 얼마나 웃돌거나 밑도는지를 나타내며, CIBC는 이 효과가 물가상승률에 약 0.13%포인트를 보탠다고 계산했다. 직접·간접 효과를 합쳐 반올림한 수치가 약 0.4%포인트다.

[뉴욕=AP/뉴시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급등한 미국 증시에 대해 경계 신호를 보냈다. 8일(현지시간)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이 이끄는 BofA 주식전략팀은 최신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시장에 위험 신호가 너무 많다"며 "이제는 주식을 팔아 이익을 확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 위 전광판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의 마감 지수가 표시돼 있는 모습. 2026.06.09.
이 추정에는 여러 가정이 들어갔다. CIBC는 정보처리 장비와 전력의 평균 초과분을 AI의 영향으로 간주했고, 주가 상승 중 AI 관련 몫과 늘어난 주식 자산 가운데 얼마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지도 추정했다. CIBC는 9월 예정된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의 소프트웨어·주변기기 물가지수 산정 방식 개편이 직접 효과 추정치를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선호하는 PCE 물가는 여전히 목표를 웃돈다. BEA에 따르면 6월 전체 PCE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7%,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PCE 물가지수는 3.3% 올랐다. 연준의 장기 물가 목표는 전체 PCE 기준 2%다.

그러나 AI가 물가에 미치는 장기 효과는 반대일 수 있다. AI가 노동생산성을 높여 기업의 비용을 낮추면 물가상승 압력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월 AI가 만들어내는 수요 확대를 가장 큰 물가 위험으로 꼽았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CIBC는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한 채 물가가 둔화하는지 지켜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근원 물가의 둔화세가 충분하지 않으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다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신용카드·기업대출 금리도 더 오를 수 있다. CIBC는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는 나중에 나타나지만, 대규모 설비투자의 청구서는 지금 날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