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대표 "출근길 시위 마음 무거워…이유 알아줬으면"

기사등록 2026/08/18 06:01:00 최종수정 2026/08/18 06:04:02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 인터뷰

"장애인, 아직도 교육·노동에서 배제"

"1번이라도 정부에 같이 얘기해달라"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8.15.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출근길 지하철 시위로 불편을 끼치는 데 대해 왜 미안한 마음이 없겠어요. 우리도 욕을 먹어가면서 지하철에 타는데 마음이 무겁죠. 우리에게 욕을 해도 되지만 정부에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한 번만이라도 같이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게 공동체 아닐까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만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지하철 시위를 이끄는 '투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원래는 운동권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고 한다.

비장애인으로 군대까지 다녀온 그는 여름방학을 맞아 행글라이딩을 하다가 추락해 장애인이 됐다. 갑자기 맞이한 장애에 낙담해 스스로 집에 갇히길 약 5년이 되던 날, 1988년 서울올림픽과 함께 패럴림픽이 개최되면서 장애인 복지도 활성화됐고 장애인복지관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배웠지만 취업이 되지 않자 복지관에서 만난 사람들의 소개로 장애인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야학의 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그런 그가 현장형 운동가가 된 건 반복되는 장애인 사고 때문이었다. 1999년에 야학 소속 여학생이 연극을 보겠다며 혜화역으로 가던 중 리프트에서 떨어져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은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엔 천호동에서도 야학 학생이 리프트에서 떨어졌다. 박 대표가 처음 기자회견을 한 것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것도 이 때가 처음이다. 2년 뒤에는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박 대표는 "남의 문제가 아니구나, 장애인이 공부를 배우지 못하고,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수십년간 집구석에만 처박히는 건 이동권의 문제구나라는 것을 자각하게 됐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출근길 시위가 본격화된 건 2021년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는 시기이자 세계장애인의 날인 12월 3일에 처음으로 1박 2일 집회를 국회에서 열었고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살던 마포구 공덕동으로 이동을 하려던 게 계기가 됐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 없었다. 다들 1박 2일 일정으로 모였다가 아침에 일찍 일어났으니 일어난 김에 아침에 가보자고 한 것이다. 그때까지는 뉴스로만 출근길에 사람 많은 걸 봐왔지, 장애인은 이동권 문제 때문에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지하철역에 들어가면서부터 경찰들이 우리를 짐짝 취급하면서 막고 때리고, 소위 개박살이 났다. 그 시간대 처음 지하철을 탄 사람도 많았고 우리는 우연히 그 시간에 탄 것인데, 우리는 너무 억울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지하철 시위는 8월 10일까지 71회 이어졌다. 지하철에 직접 타지 않는 선전전은 1120회를 넘겼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11일 서울시청역 1호선 종각 방향 승강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대화를 촉구하며 제49차 12345 지하철행동을 하고 있다. 2026.08.11. kkssmm99@newsis.com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지하철 시위에 대해 박 대표는 "보는 시각이 다 다르고 위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평가도 다 다를 것"이라면서도 "우리 입장에서는 2001년에 오이도역에서 리프트에서 떨어져 장애인이 죽었는데 여전히 장애인이 이동을 하는 데 어마어마한 차별을 받고 있다. 지금도 리프트가 남아있고 떨어져 죽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는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옛날보다는 좋아지지 않았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한민국이 과거보다 좋아진 만큼 그건 당연한 것"이라며 "지금도 장애인들은 장콜(장애인 콜택시)을 타기 위해 몇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시외이동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장애계 내부에서도 투쟁 방식에 대한 이견이 있다는 질문에는 "운동 단체, 소위 시민사회의 방식은 다 다르다. 다르다고 서로 욕하기보다는 존중을 해야 한다"며 "우리의 방식이 문제가 된다면 그 책임은 국가와 서울시에 일차적으로 있다. 우리가 지하철을 안 타게 하려면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 국비 지원, 장애인 자립 예산 확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복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시민들에게도 협력과 연대를 당부했다. 그는 "불편을 끼친 부분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왜 없겠나. 현장에서는 막 욕을 해대는데 우리도 마음이 안 무겁겠나"면서도 "욕만한다고 해서 우리가 멈출 수 있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욕해도 되는데, 우리에게 100번 욕을 한다면 그 중에 1번만이라도 정부에게 같이 해달라. 그동안 교육과 노동에서 배제되고 시설에 갇혀 살아가는 우리를 못 본 척하고 방치했다면, 이런 기회를 통해서 시민들이 같이 나서달라. 그게 민주주의 국가이자 공동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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