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물가지표가 9월 美 금리 가른다…워시 '인플레 강경론' 시험대

기사등록 2026/08/11 11:06:58

7월 CPI 12일·8월 CPI 9월11일…FOMC 직전까지 물가 확인

6월 근원 PCE 3.3%…1년 전 2.8%보다 높아

지난달 동결 9표·인상 3표…물가 강하면 인상파에 힘

[워싱턴=AP/뉴시스]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30.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인플레 강경론’이 곧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회의에서 이미 투표권자 12명 가운데 3명이 금리 인상을 요구한 가운데, 7월과 8월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워시가 금리 동결을 이어가기는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표결은 9대3이었으며 반대표를 던진 3명은 0.25%포인트 인상을 요구했다. 다음 FOMC는 9월15~16일 열린다.

첫 시험대는 이번 주 발표되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WSJ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전망치는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가 전월보다 0.2% 오르는 것이다.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0.2% 이하에 머물면 물가상승세가 연준의 2% 목표와 양립할 수 있는 수준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대로 이보다 높으면 9월 금리 인상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 8월 CPI도 9월 FOMC에 앞서 발표된다.

7월과 8월 CPI 사이에는 연준이 더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표도 발표된다. 6월 근원 PCE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3%로, 1년 전 2.8%보다 높아졌다. 연준의 물가 목표 2%와도 여전히 거리가 있다.

물가가 여전히 목표를 웃도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지표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연준 일부 위원의 물가 전망이 시험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관세가 물가를 한 차례 밀어 올린 뒤 영향이 약해지고, 중동 긴장이 잦아들면서 에너지 가격도 낮아지면 추가 긴축 없이 물가가 2%로 복귀할 수 있다고 예상해왔다.

하지만 WSJ은 관세발 물가 압력과 높은 에너지 가격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 가격 상승까지 겹쳤다고 전했다. 앞으로 나올 물가지표는 추가 금리 인상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연준 일부 위원의 전망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가르게 된다.

연준의 물가 전망이 흔들릴수록 워시가 받는 압박도 커진다. 지난 5월 취임한 워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한 번의 경제지표보다 물가의 추세를 보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월별 지표 하나가 금리 결정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대응 수단을 묻자 답은 선명하지 않았다. 물가가 내려오지 않을 경우 금리를 올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워시는 금리 인상이 대응 수단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주된 해법은 아닐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어도 국채금리 상승이 시중 금리를 끌어올리며 긴축 효과의 일부를 이미 내고 있다는 게 워시의 설명이었다.

이 설명은 오히려 새로운 의문을 낳았다. 시장에서는 워시가 필요할 때 실제로 금리를 올릴 의지가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커졌다. WSJ에 따르면 기자회견 도중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올랐고 이후에도 기자회견 전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시장이 워시 체제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2026.08.11.
다만 시장의 이런 의문과 별개로 지난달 금리 동결 결정 자체에는 경제적 근거가 있었다. WSJ은 생산성에 비해 노동비용 증가세가 크지 않고 관세발 물가 압력도 약해지는 조짐이 있다는 점 등을 동결 배경으로 꼽았다. 9월 예정된 PCE 통계 산출 방식 변경으로 근원 PCE 상승률이 하향 수정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럼에도 연준 내부의 인상 압력은 분명하다. 7월 회의에서 실제 인상표를 던진 위원은 3명이지만, WSJ은 최근 공개 발언까지 넓히면 투표권자 가운데 적어도 6명이 물가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향후 금리 인상을 지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집계했다.

정책 신호가 엇갈리면서 시장의 시선은 워시의 의중으로도 향했다. WSJ은 일부 관측통이 워시가 강한 말로 시장 기대를 움직여 실제 금리 인상을 미루려는 것인지, 자신을 임명하고 낮은 금리를 원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다만 워시를 잘 아는 인사들은 어느 쪽도 워시의 실제 의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워시는 애초부터 시장에 향후 금리 경로를 세세하게 제시하는 방식에 거리를 둬왔다. 연준이 어떤 조건에서 움직일지를 미리 못 박으면 정책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장에 안내를 덜 할수록 투자자들이 경제와 금리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시장 가격에서 더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워시는 이달 말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이런 혼선을 정리할 기회를 갖는다. 그때까지 나오는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낮으면 인상파의 압박이 다소 줄어들고 워시는 자신의 정책 구상을 설명할 여유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강하면 금리를 올리거나 더 많은 반대표를 감수하고 동결을 이어가는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잭슨홀에서 설명을 보완하더라도 관건은 9월 FOMC다. 9월에 금리 인상을 미루면 다음 FOMC는 10월27~28일로,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를 불과 엿새 앞두고 열린다. 워시 취임 후 첫 금리 인상을 선거 직전에 단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인상을 다시 미루면 첫 금리 인상 시점은 12월까지 넘어갈 수 있다. WSJ은 두 차례 물가지표가 9월 금리뿐 아니라 워시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인플레이션 강경론을 입증할지도 가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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