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證 "가격·금리 바닥 다진 후 이익·수급이 밀어 올리는 회복"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기록적인 폭락 후 6000선에서 방향성을 모색 중인 코스피가 'V자' 반등이나 'L자' 침체가 아닌, 단기 바닥 형성 후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루트(√)자'형 반등 경로를 걸을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현 증시의 회복 시나리오를 가격과 금리가 1차 반등을 만들고, 향후 기업 이익과 외국인 수급이 2차 상승을 이끄는 √자 형태로 진단했다.
지수가 단숨에 급락 이전 수준을 회복하긴 어렵지만,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낮아진 가격이 하방을 지지하면서 순차적인 회복세가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코스피가 6000선에서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면서 시장 일각에서 'L자형'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보고서는 가격과 펀더멘털 간의 극단적 괴리를 근거로 반등에 무게를 실었다.
코스피는 지난 6월 고점 대비 33.3% 하락했으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연초 대비 약 184% 급증하며 12개월 연속 상향 조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등 과거 모든 경제 위기에서는 주가와 함께 기업 이익 전망도 동반 폭락했으나, 현재는 주가만 내리고 이익은 되레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기에 과거와 양태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9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12배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저점(6.27배)과 코로나 팬데믹 저점(7.53배)을 모두 하회하는 극단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
거시경제 환경이 해소 국면에 접어든 점도 반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의 7월 비농업 고용은 2만3000명 감소해 시장 예상치(+8만명)를 하회했고, 5~6월 고용도 합계 10만3000명 하향 수정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압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4.6%대로 낮아졌고, 달러 약세 흐름은 후후 코스피의 가격 복원을 이끌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수가 'V자'로 속도감 있게 상승하기 어려운 요인으로는 주도주인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신뢰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인 데다, 외국인의 수급이 부진하다는 점을 꼽았다.
지난달 급락장에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대거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첫째 주에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7조4000억원을 팔아치웠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형 반도체에 대한 우려와 외국인의 포지션 조정이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며 "수급적 시차가 V자가 아닌 루트자 반등을 예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환율 안정은 외국인 수급 유입의 필요조건이며, 반도체 이익에 대한 신뢰 회복이 충분조건"이라며 "향후 수출 잠정치 등에서 반도체 수출의 절대 규모와 일평균 수출이 견조함을 입증해야 가격과 펀더멘털 간 괴리가 좁혀지며 2차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했던 수급 왜곡 현상은 정점을 통과했다는 평가다.
코스피 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 비중은 당국의 규제 보완책 시행 전인 지난달 30일 32.5%에서 이달 7일 3.4%로 급감하면서, 기계적 리밸런싱에 따른 발작 구간을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증시의 안정적인 순항을 위해서는 거시경제의 환경적 요인과 시장 내부의 수급 왜곡 등을 유의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타결을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이는 추후 증시 반등의 속도를 결정할 변수"라며 "수출 잠정치 역시 중요한 지표로 수출이 이익 전망을 지지한다면 가격과 펀더멘털 괴리는 좁혀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등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시장 내부의 수급 왜곡도 정상화돼야 하는데, 규제 이후 단계에서는 과도한 단기 회전 비용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에 한해 매도시 0.2% 수준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현재 시장은 약한 수급, 높은 변동성, 악화된 투심이라는 불안과 낮아진 가격, 견고한 이익, 우호적인 금리라는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첫 반등은 가격과 금리가 만들고, 다음 상승은 이익과 외국인이 만드는 루트자 해법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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