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미생물·공정·설비 아우르는 식품 현장 전문가
연구개발부터 생산·품질보증·식품안전 전 과정 배치
62년 분유 생산 경험 바탕…예방 중심 관리체계 구축
[서울=뉴시스]김상윤 기자 = 남양유업이 국내 유업계에서 가장 많은 8명의 식품기술사를 연구개발부터 생산·품질보증·식품안전까지 전 과정에 배치해 예방 중심의 품질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8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이들은 중앙연구소와 세종·천안·나주공장, 식품안전센터 등에 나뉘어 제품 개발부터 생산·검사·출하까지 전 과정의 품질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식품기술사는 식품 원료와 미생물·공정·설비·품질관리·관련 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국가기술자격이다.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뒤 원인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변수가 어떤 위험으로 이어질지 예측해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조영훈 남양유업 식품안전센터장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미생물이나 원료, 공정 등 한 가지 원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식품기술사는 여러 분야의 지식과 현장 경험을 연결해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고 해결 방안을 선제적으로 찾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식품기술사들의 특징은 특정 품질관리 부서에만 모여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제품을 설계하는 연구개발부터 생산과 품질보증, 식품안전까지 제품이 만들어지는 각 단계에 배치돼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회사가 다수의 식품기술사를 확보한 배경에는 62년간 이어온 조제분유 생산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영유아가 섭취하는 조제분유를 장기간 생산하며 일반 식품보다 복잡하고 엄격한 품질관리 역량이 요구됐고 이 기준을 우유와 발효유, 커피, 단백질 음료 등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원료와 공정·설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식품기술사의 역할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남양유업은 조제분유의 법적 검사항목인 60여 개보다 강화된 100여 개 자체 관리항목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 기준, 주요 수출국 규제, 잠재적 위해요소 등을 반영해 원부자재 입고부터 생산공정·완제품 검사와 출하까지 관리한다.
2020년에는 세종공장 조제분유 생산공정에 국내 최초로 스마트 HACCP을 구축했다. 주요 공정 데이터를 365일 24시간 자동 수집해 관리기준 이탈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조기에 대응하는 체계다.
개인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담당자가 달라져도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의 판단을 관리 기준과 시스템으로 연결한 것이다.
식품기술사의 전문성은 실제 제품 개발과 생산 현장에서도 활용된다.
중앙연구소는 원료 배합뿐 아니라 온도와 압력, 유화 조건 등 실제 생산공정까지 함께 설계한다. 유크림 기반 제품을 개발할 때는 유화·해유화 조건을 조절해 지방구의 크기와 분포를 바꾸고 휘핑 특성과 생산 안정성을 개선했다.
나주공장에서는 '맛있는우유GT 무지방우유' 생산 과정에서 탈취공정에 거품이 과도하게 발생하자 지방 특성과 진공도에 따른 끓는점 변화를 분석해 설비 운전조건을 개선하기도 했다.
최원호 나주공장장은 "현장에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가 드물어 경험만으로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공정과 설비의 원리를 이해하고 이론을 현장 조건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식품기술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식품기술사의 직업적 가치는 현장의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던 판단을 공정 기준과 관리 체계로 바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품질관리 기준도 법적 안전기준에만 머물지 않는다. 남양유업은 분말 제품의 용해성과 점도, 조직감, 유통 과정에서의 변화 등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품질도 자체 관리항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원료의 생산 시기와 계절, 공정 조건이 달라져도 소비자가 언제 구매하든 같은 맛과 품질을 경험하도록 수많은 변수를 조정하는 것이 식품기술사와 생산 현장의 역할이다.
지병일 세종공장 부공장장은 "경험이 쌓였다는 이유로 작은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순간 품질 리스크가 시작될 수 있다"며 "품질과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품질 앞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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