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도피하려고"…청소년 약물 오남용, 처방전 없고 구매까지 '1분'

기사등록 2026/08/07 07:00:00 최종수정 2026/08/07 07:21:53

청소년 오남용 경험 5.2%…흡연보다 높아

SNS 탄 'OD 문화'…"현실 도피하려고 먹어"

창고형 약국 가보니…수량 제한 없이 구매

[서울=뉴시스] 조서영 인턴기자 = 서울시의 한 창고형 약국 수면존에 청소년 대상 오남용 의심 의약품 판매를 제한한다는 안내 문구가 표기돼 있다.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조서영 인턴기자 = "한 번에 10알 정도 먹어요. 먹으면 환각, 환청, 손떨림, 어지러움, 구토가 몰려 와요."

2023년부터 이른바 'OD'(Overdose·과다복용)를 해왔다는 2009년생 A(17)양은 약을 구하는 방법도, 복용 경험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뉴시스가 서울 시내 창고형 약국을 찾아 OD에 활용되는 일반의약품을 직접 구매해본 결과 신분증 확인도, 구매량 제한도, 복약지도도 없었다. 일반의약품 OD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약국 관리의 허점까지 겹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실에서 도피하려고"…SNS로 번지는 청소년 'OD'

A양이 OD에 사용하는 약물은 수면유도제였다. 일주일에 3∼4차례 반복한다는 A양은 '현실도피'를 위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복용 방법과 경험은 엑스(X·옛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익혔다.

A양은 OD를 하는 이유로 '현실도피'를 꼽았다. 그는 "약국에 가서 그냥 달라고 하거나 잠이 안 와서 필요하다고 하면 대부분 살 수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 사이에서 약물을 이용해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려는 이른바 OD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진통제, 종합감기약, 수면유도제 등을 과다 복용해 일시적인 환각이나 혼란을 경험하려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의료용 마약류 비의료적 사용 경험률은 5.2%로 흡연 경험률(4.2%)보다 높았다. 비의료 목적으로 사용한 약물 중에서는 ADHD 치료제가 24.4%로 가장 많았고, 식욕억제제 20.0%, 수면제 13.3% 순이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예전엔 감기약이 주는 환각 효과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자해용인 경우가 훨씬 많다"며 "완전히 죽겠다는 의미라기보다 복잡하고 괴로운 감정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OD(Overdose·과다복용)을 인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SNS X 갈무리). 2026.08.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약국 도착부터 구매까지 1분"…"복약지도도 없었다"

뉴시스는 최근 서울 금천구와 관악구 일대 창고형 약국을 찾아 OD에 활용되는 진통제와 종합감기약, 수면유도제 등을 직접 구매했다.

매대 18개에 달하는 한 창고형 약국의 약사는 한 명뿐이었다. 기자는 수면유도제 3통과 종합감기약 등을 구매했지만 신분증 확인은 없었고 구매 수량을 제한하거나 복약지도를 하는 직원도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종합감기약에 포함된 '슈도에페드린' 성분은 1인당 4일분 판매를 권고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제품을 함께 구매하면 권고량을 훌쩍 넘길 수 있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약을 의사의 처방 없이, 정확한 지시 없이 마음대로 복용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위험하다"며 "아이들이 의료 쇼핑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약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식욕억제제에 대해서는 "처음엔 살을 빼려고 먹다가 각성·흥분 효과를 위해 사용하면서 결국 약을 먹어야만 에너지가 생기는 상태까지 갈 수 있다"며 "과량 복용으로 환각이 나타나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 조서영 인턴기자 = 서울시 한 창고형 약국에서 진통제 재고한정 10정을 개당 10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6.08.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급 차단만으론 한계"…청소년 정서 조절 교육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약물 공급을 막는 규제와 함께 청소년이 약물을 찾게 되는 원인을 예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과량 복용하면 신체적 독성이 나타날 수 있고, 정신적으로는 무기력이나 우울, 무감각 등이 생겨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중독·의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알약 하나로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며 "조금만 힘들면 약물로 기분 상태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결국 마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도 "청소년이 진통제나 수면유도제, 종합감기약 등을 일정량 이상 구매할 때 적극적인 복약지도를 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구매량을 제한하는 제도적 접근을 검토할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 오남용 정책을 단속·고발 등 공급 차단 중심의 '다운스트리밍'과, 스트레스 관리·정서 조절 훈련 등 수요를 줄이는 '업스트리밍'으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업스트리밍 정책이 해외(유럽, 미국)에서 각광받고 있다"며 "예방적인 프로그램에 적어도 50%는 예산을 쓰고, 30∼40%는 플랫폼 약물 거래 차단 정책에, 나머지 10%는 청소년 치료와 재활에 쓰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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