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정학회, 세제개편안 전문가 간담회 개최
성명재 "은퇴 고령층 유동성 우려…소득 재분배 효과 없어"
송헌재 "주택 취득 부채 반영해야…대출이자 공제 필요"
정다운 "세율 인상 속도 급해…전세시장·20억에도 연쇄 영향"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40억원대 이상 초고가 주택에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내용이 담긴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가운데, 재정학계에서는 종부세가 일반적인 보유세를 넘어 사실상 '부유세'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부채를 반영한 순자산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재정학회는 5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세제개편안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회를 맡은 한국재정학회장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종부세 개편으로 과세 대상은 줄어드는 반면 시가 40억원 안팎을 넘는 주택에 세 부담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김우철 교수는 "과세 대상을 확 줄이고 40억원 선 아래쪽은 세 부담을 없애거나 덜어주고, 아래쪽에서 내던 세금을 위쪽에서 내게 하는 구조"라며 "순액법으로 3년에 걸쳐 약 2조원의 증세 효과까지 있어 고가 주택에 세 부담을 상당히 집중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종의 부유세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은퇴 고령층 유동성 우려…소득 재분배 효과 없어"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소득이 없는 은퇴 고령층이 고가 주택을 보유한 경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종합부동산세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아주 특이하고 용감한 세목"이라며 "초고가 주택에 높은 세율로 과세함으로써 자산을 재분배하겠다는 것이 종부세의 전형적인 논리인데, 종부세는 보유세이지만 세 부담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젊었을 때 열심히 저축해 40·50대에 큰 주택을 마련하고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큰 주택을 가진 사람들의 상당수가 50·60대 이상 고령자인데, 은퇴자는 현금 자산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퇴자들은 소득계층으로 보면 아래에 있기 때문에 종부세를 과중하게 부과해도 소득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초고자산가는 금융자산을 많이 갖고 있지만 그 자산에는 보유 과세가 허용되지 않아 그쪽에서도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재분배 효과는 실질적으로 0"이라며 "종부세 과세 대상자는 전 국민으로 보면 소수인데, 이들을 핀포인트해 중과세하면 다른 국민의 박탈감을 위로해주는 측면에서는 종부세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주택 취득 부채 반영해야…대출이자 공제 필요"
반면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종부세수의 지방 배분을 고려하면 재분배 효과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종부세를 받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배분하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 효과는 당연히 있다"며 "이번 개편은 보유세 개념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의 총가액만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주택 취득에 들어간 '부채'는 반영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고가의 집을 가진 사람 중에서도 100% 자기자본으로 구입한 사람이 있고, 일부는 대출을 활용해 집을 구한 사람도 있다"며 "대출을 받은 사람은 대출이자를 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유세 개념으로 간다면 적어도 1가구 1주택에 한해서는 대출이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이 같이 들어왔으면 한다"며 "대출을 받은 사람은 순자산이 낮기 때문에 담세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인정해 세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의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상관없이 동일한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보유세 개념에 맞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세율 인상 속도 급해…전세시장·20억 이하에도 연쇄 영향"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부담 강화에는 공감하면서도 세율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
정다운 연구위원은 "세율을 조금 과도하게 올린 느낌은 있다"며 "시가 45억원 이상 주택을 가진 분들은 상당한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여 높은 세 부담을 지는 것에 큰 이견은 없다"면서도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너무 급하게 올린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특히 시가 20억~30억원대 주택의 세 부담과 임대시장 파급 효과를 우려했다.
정 연구위원은 "정부는 이 구간의 실질적인 세 부담이 낮아지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주택 가격이 동일할 때의 이야기"라며 "주택 가격이 오르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라가면 실제 종부세 부담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구간 주택에는 보유자만 아니라 세입자도 살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가 세 부담 때문에 해당 주택에 들어가 살면 기존 세입자는 나와야 하는 연쇄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전세시장이나 20억원 이하 주택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당초 제도 설계 당시보다 넓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종부세는 원래 상위 1% 자산가를 대상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정부 발표를 보면 2%가 넘는다"며 "공제한도를 공시가격 기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렸지만 그동안 집값 상승 폭과 비교하면 인상 폭이 낮았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종부세가 상위 몇 퍼센트를 대상으로 하는지 정확히 밝히고, 당초 목표한 범위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심혜정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개편이 초고가 주택 과세 강화라는 정부의 정책 신호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심혜정 연구위원은 "강남이나 용산 등의 초고가 주택이 해당 지역과 다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선도하는 효과가 있고, 그 부분을 핀셋으로 겨냥하면 가격이 점차 낮아질 수 있다는 의견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세 부담도 보유세가 높다고 알려진 미국 등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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