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돌봄엔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다…'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

기사등록 2026/08/04 11:08:49
[서울=뉴시스] 김희경 '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 (사진=웨일북 제공) 2026.08.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병원을 예약하고, 복지 제도를 찾아보고, 식단을 짜고, 가족의 일정을 조율하며 앞으로 닥칠 문제를 미리 대비하는 일.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이 정신적 과정을 '기획 노동'이라 부른다.

신간 '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웨일북)는 국내 연구진이 2024년 이름 붙인 '기획 노동'을 들여다본다. 해외에서는 '인지 노동'이나 '정신적 부담'으로 알려진 개념이다.

'이상한 정상가족', '에이징 솔로' 등을 펴낸 김희경 작가는 맞벌이 부부, 갑작스레 부모를 돌봐야 하는 자녀, 장애아 부모, 장애인 당사자 등 21명을 만나 돌봄의 이면에 존재하는 기획 노동을 탐구한다.

병원을 예약하고, 복지 제도를 찾아보고, 식단을 짜고, 일정을 조정하며, 앞으로 닥칠 문제를 생각하는 등 삶을 운영하는 일을 의미한다.

저자는 "돌봄을 '행위'로만 보면 이 과정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돌봄의 본질은 오히려 이 가려진 기획 노동 안에 있다는 것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내가 다다른 결론이었다"고 말한다.

책은 기획 노동이 단순한 '할일 관리'가 아니라 삶을 영위하기 위한 끊없는 계획과 판단, 조율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특정 성별의 몫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할 돌봄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기획 노동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저출생과 돌봄 공백, 여성의 경력단절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과도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이름 붙여지지 않은 노동은 측정되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기획 노동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안심하게 되고 억울함이 해소됐다, 상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기획 노동이 인정받지 못하고 이름을 갖지 못한 것은 오래된 성별 고정관념으로 여성의 일이라고 치부해 오면서 돌봄 자체를 본능과 감정만으로 바라본 관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246쪽)

작가 정희진은 추천사에서 "자기 일에 부담과 혼란을 느끼는 여성, '사랑하는 아내'를 착취하면서 자신을 해방하지 못하는 남성, 저출생이 문제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문제의 본질을 여전히 모르는 정치 종사자들의 필독서"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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