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시행령
국민의 치료 선택권과 건강권 침해
도수치료 관리급여 제도가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가운데, 의료계가 이로 인해 환자들의 치료선택권이 박탈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의사회는 도수치료 관리급여의 근거인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8조의4 제1항 제4호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이날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해당 조항은 사회적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적정한 의료 이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를 관리급여 지정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8조의4 제1항 제4호'를 신설해 '사회적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적정한 의료 이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도 선별급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관리급여는 비급여 항목 중 과잉 우려가 큰 항목을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관리하는 제도다. 환자 본인이 비용의 95%를 부담하고 건강보험이 나머지 5%를 부담하지만 정부가 가격과 진료 기준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이번 헌법소원은 관리급여 제도의 법적 근거가 모법인 '국민건강보험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하고, 국민의 치료 선택권과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기됐다.
청구인에는 의료인뿐 아니라 실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도 함께 참여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이번 헌법소원이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치료를 선택하고 적절한 시기에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현행 관리급여 제도가 시행령을 근거로 비급여 의료행위의 가격과 이용 횟수를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한 선별급여 제도의 범위를 넘어 새로운 의료 이용 통제 수단을 도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환자의 질환 정도와 치료 경과, 연령, 기저질환 등 개별적인 의학적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이용 제한은 국민이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선택하고 제공받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정부가 비용이나 이용 횟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동일한 질환을 가진 환자라도 각자의 상태와 치료 필요성에 맞는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건강권과 치료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은 "이번 헌법소원은 의료계의 이해만을 위한 소송이 아니다"며 "정부가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시행령만으로 국민의 치료 선택권과 필요한 의료에 접근할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해 헌법적 판단을 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제도는 행정 편의나 비용 통제만을 기준으로 설계돼서는 안 된다"며 "환자의 구체적인 치료 필요성과 기본권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종합병원이 부족한 지역의 환자에게는 도수치료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치료방법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수치료가 간절한 환자에게 정부는 본인부담금 95%를 적용하고 1년에 15번, 최대 24번 이상은 치료받지 못하게 강제해 치료받고 싶어도 치료받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인 환자의 현실과 그들의 고통과 권리의 측면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건을 위임입법의 한계와 법률유보 원칙, 국민의 건강권과 치료 선택권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따라 엄정하게 심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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