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비판하면 극우?"…美공화당 젊은 보수, 당내 주류 겨눴다

기사등록 2026/08/02 08:00:00

헤리티지 출신, 트럼프 행정부 290명·의회 235명 근무

전문성인가 이념 충성인가…차세대 정책 인력 선발 기준 충돌

[글렌데일=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커크가 창립한 우익 단체 '터닝 포인트 USA' 손팻말을 들고 있다.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그의 죽음은 미국 내 극우 세력의 연대를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25.09.22.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공화당에서 향후 행정부와 의회의 정책을 설계할 차세대 인재를 놓고 세대 충돌이 벌어졌다. 고위 보좌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보수적 가치을 전문성보다 앞세운 선발이 ‘광적이고 무능한 세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고, 당내 청년층은 이스라엘을 비판하면 극우 ‘그로이퍼’로 낙인찍는다고 맞섰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고위 의회 보좌관 4명과 보수 싱크탱크 관계자, 청년 공화당원 등을 인터뷰해 보수 인재 양성 체계를 둘러싼 세대 간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에 응한 의회 보좌관 가운데 3명은 상원 소속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고위 의회 보좌관은 당내 인재 양성 체계를 두고 “문제가 무엇인지는 모두 안다. 젊은 보수 인력을 워싱턴 정계에 공급해 온 단체들이 지난 10년 동안 능력과 지성 대신 맹목적 이념을 우선해 왔다”며 “광적이고 무능한 바보들로 이뤄진 세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의회 보좌관들이 특히 우려한 대상은 ‘그로이퍼(groyper)’로 불리는 청년 극우 세력이다. 그로이퍼는 본래 백인 정체성주의 성향의 Z세대 스트리머 닉 푸엔테스를 추종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다만 일부 청년 보수 인사들은 공화당 주류가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젊은 우파까지 이 말로 싸잡아 극우로 낙인찍는다고 반발했다.

푸엔테스는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 여성혐오 발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고참 보좌진은 공화당 진영에서 극우 표현이 확산한 우려 사례로 폴리티코가 2025년 공개한 청년 공화당원 단체 대화방의 가스실 농담과 인종 비하 발언, 일부 연방정부 공식 SNS 계정이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의 표현을 사용한 일을 들었다. 그러나 이런 사례만으로 그로이퍼가 공화당 청년 보좌진에 얼마나 퍼졌는지는 알 수 없다. 일부 익명 취재원은 그 비율을 30~75%로 추정했지만, 개인적 체감에 근거한 수치일 뿐 표본조사에 따른 통계는 아니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미국대학공화당연합 회장인 마티 베르타오는 “현장에서 일한 경험으로 볼 때 그로이퍼가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모두 그로이퍼로 분류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다른 젊은 보수 인사들도 기성세대가 당내 노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청년층 전체를 극우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폴리티코는 Z세대 보수층이 9·11 테러 이후 이어진 장기전과 막대한 전쟁 비용, 주택 구입난 속에서 성장하면서 이스라엘 지원과 해외 군사 개입에 이전 세대보다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런 젊은 세대의 회의적 태도를 반유대주의적 표현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공화당원의 반유대주의·인종차별 인식에 관한 조사에서도 연령대별 격차가 나타났다. 맨해튼연구소가 2025년 10월 등록 공화당원과 2024년 트럼프 투표자를 조사한 결과 50세 미만 응답자 가운데 자신이 공개적으로 반유대주의적 견해를 드러내는 사람이라고 답한 비율은 25%, 인종차별적 견해를 드러낸다고 답한 비율은 31%였다. 50세 이상 응답자에서는 두 비율 모두 4%였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적 견해를 드러내는 인사를 지도부에서 배제하거나 정치 진영에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비율은 52%, 반유대주의 인사에 대한 같은 응답은 60%였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호감도에서도 세대 차이가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가 2026년 5월 미국 성인 1만2574명을 조사한 결과 이스라엘 국민에게 호감을 보인 비율은 공화당 성향 응답자 65%, 민주당 성향 응답자 43%였다. 공화당 성향 응답자의 호감 비율은 2022년 77%에서 65%로 낮아졌고, 30세 미만 공화당 성향 응답자에서는 42%에 그쳤다.

[워싱턴=뉴시스]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모습. 2025.09.17.
이처럼 조사에서는 세대별 인식 차이가 나타났지만, 청년 보좌진 가운데 그로이퍼가 실제로 얼마나 퍼졌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논쟁의 초점은 공화당이 차세대 정책 인력을 어떤 기준으로 선발해 왔느냐로 옮겨갔다. 의회 보좌진은 정책 형성에 관여하고 상당수가 이후 행정부 요직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공화당 인재 양성 체계의 중심에는 헤리티지재단이 있다. 헤리티지는 수십 년 동안 공화당 정부와 의회에 인력을 공급해 온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다. 정치인·보좌진 정보업체 레지스톰이 2024년 분석한 결과 공화당 소속 의원 가운데 약 30%가 헤리티지 출신 직원을 한 명 이상 고용하고 있었다.

헤리티지 대변인은 현 트럼프 행정부에는 재단 출신 290명이, 의회에는 재단에서 직원·인턴으로 일했거나 재단 프로그램을 거친 235명이 근무한다고 폴리티코에 밝혔다. 재단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취임 1년 뒤인 2018년 자체 집계에서 정책 제안 334건 가운데 64%가 예산에 포함됐거나 규제 지침으로 시행됐거나 검토 대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처럼 영향력이 큰 헤리티지를 두고 전문성보다 보수적 가치관과의 일치 여부를 중시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루크 코피는 “2012년 입사했을 때 헤리티지는 레이건주의였지만, 떠날 때는 트럼프보다 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였다”고 말했다. 그는 헤리티지가 중동팀 인턴 지원자에게 낙태에 대한 입장까지 물은 사례를 들며 “요르단에서 공부하고 아랍어를 구사한 지원자가 필요했지, 낙태에 어떤 입장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리노이대 시카고캠퍼스의 E.J. 페이건 교수도 헤리티지가 정책 전문성보다 보수 매체의 관심을 끌 정치적 메시지를 우선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헤리티지 수석이코노미스트 E.J. 안토니를 사례로 들었다. 안토니는 2025년 8월 미 노동통계국장 후보로 지명됐으나 같은 해 9월30일 지명이 철회됐다. 안토니의 월간 고용보고서 발표 중단 주장과 그가 운영했다고 보도된 SNS 계정의 공격적인 게시물이 논란이 됐지만 백악관은 지명 철회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헤리티지는 안토니를 “뛰어나고 존경받는 경제학자”라고 옹호하며 보수적 가치와 사명을 공유하는 직원을 뽑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차세대 인재를 둘러싼 선발 기준 논쟁은 헤리티지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공화당 인재 양성 단체인 아메리칸 모먼트는 학위가 없어도 지원할 수 있는 유급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자를 백악관·연방기관·의회에 배치한다. 이 단체는 학력보다 품성과 능력을 중시한다고 내세웠다. 다만 학위 요건을 없앴다는 사실만으로 지원자의 역량이나 이념 성향을 판단할 수는 없다. 이번 논쟁은 이스라엘 비판을 어디까지 극우 성향으로 볼 것인지와 보수 단체가 차세대 정책 인력을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할지를 둘러싼 충돌이라고 매체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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