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6개월째 보상 '0원'…피해 농가 생계난

기사등록 2026/08/02 08:00:00

무안 농가 "돼지 3700두 살처분했지만 보상 한 푼 못 받아"

피해액 176억원…통합특별시, 이달 말부터 순차 지급 추진

[나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나주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지 사흘 째인 11일 오후 전남 나주시 ASF 발병 농가에서 방역 요원들이 차단선을 설치하고 있다. 2026.02.11. leeyj2578@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양시원 기자 = 전남지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피해 농가들이 살처분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보상금을 받지 못해 심각한 생계난을 호소하고 있다.

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따르면 지난 1월26일 영광의 한 양돈농장에서 전남광주지역 첫 ASF가 발생한 이후 3월16일까지 나주와 무안, 함평 등지에서 모두 4건이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 농가와 인근 위험 농가 등 9개 농장에서 돼지 3만5000두를 살처분했다. 이에 따른 피해액은 총 176억원으로 집계됐다.

ASF는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감염된 돼지는 고열과 식욕 부진, 출혈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일부 피해 농가들은 살처분 이후 소득이 끊겼지만 보상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농장 복구는커녕 생활비와 대출 원리금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안의 한 피해 농장주는 "대출을 받아 양돈장을 운영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ASF가 발생했고 키우던 돼지 3700두를 모두 살처분했다"며 "6개월이 다 되도록 보상금이 한 푼도 나오지 않아 농장 고정비와 대출 원금·이자, 생활비까지 다시 빚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장을 재가동하더라도 돼지를 새로 입식해 정상적인 수익을 내기까지 2년 가까이 걸린다"며 "이자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대출금 상환이라도 유예해줘야 버틸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전남광주특별시는 막대한 피해 규모와 부족한 예산, 정부의 보상 기준 확정 지연이 맞물리면서 지급 절차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다른 가축전염병은 통상 살처분 뒤 3∼4개월 안에 보상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이번 ASF 피해액은 기존에 확보한 예산을 크게 웃돌았다.

행정 통합 이전 전남도가 확보한 살처분 보상금 예산은 국비를 포함해 125억원이다. 재원은 국비 80%, 특별시비 10%, 시군비 10%이다. 하지만 ASF 관련 보상액이 확보 예산을 넘어서면서 추가 재원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살처분 보상금 지급 기준을 지난 달 7일에야 확정한 점도 지급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 기준 확정이 늦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의 피해 평가와 보상액 산정 등 후속 절차도 함께 미뤄졌다.

전남광주특별시는 이달 초 농식품부에 ASF 살처분 보상금 교부를 신청하고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부족한 지방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달 말부터 일부 농가에 보상금을 지급한 뒤 연말까지 모든 보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소득이 끊긴 농가를 위한 경영안정자금 지원도 추진한다. 피해 농가가 농림축산식품부의 경영안정자금 사업을 통해 농장당 최대 5억원을 연 1.8% 금리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수요조사와 신청 절차를 지원할 예정이다.

전남광주특별시 관계자는 "정부의 보상 기준 확정과 국비 확보가 늦어지면서 피해 농가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지연됐다"며 "농가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인 만큼 행정절차를 최대한 앞당기고 추가 지원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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