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 증시 급등·레버리지 ETF 광풍
"AI 최대 수혜국 한국, 가장 먼저 시험대 오를 수도"
"한국 메모리 리스크, AI 공급망 전반의 문제"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한국이 인공지능(AI) 붐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지만,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우려와 함께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가 주도 경제와 시장 투기가 결합된 '거대한 실험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9일(현지 시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국가자본주의와 시장 투기가 극단적으로 결합된 거대한 실험"이라며 AI 열풍 이후 한국 증시에서 나타난 급등락을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가 증시 부양에 나서면서 코스피가 정부 목표 수준까지 빠르게 상승했고, 개인투자자들은 보험과 은행 예금을 빼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월가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했고, 양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은 올해 최대 50만 달러, 내년에는 최대 8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골드만삭스 직원 평균 총보수(약 40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한국 금융당국이 개별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한 이후 시장의 투기 성향과 변동성이 더욱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해당 상품은 파생상품을 활용해 하루 주가 등락률을 두 배 이상 확대하는 구조다.
신문은 "SK하이닉스 주가가 1% 오르면 투자자는 2%를 벌 수 있지만 10% 하락하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6월 들어 반도체주 매도세가 시작되면서 대규모 반대매매(마진콜)가 발생했고 수천 개의 계좌가 강제 청산됐다. 결국 금융당국은 신규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중단했고, 정치권도 긴급회의를 열어 관련 상품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AI 최대 승자 한국…"부(富)도 가장 먼저 잃을 수도"
신문은 한국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언제 정점을 찍을 것인지라고 분석했다.
낙관론자들은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시장 확대에 힘입어 메모리 수요가 2030년대까지 공급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회의론자들은 과거 모든 원자재 사이클과 마찬가지로 공급 확대가 결국 가격과 수익성을 끌어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1년간 주가가 크게 올랐음에도 평균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는 시장이 현재의 높은 수익성이 정점에 근접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신문은 "AI가 약속한 막대한 부를 가장 먼저 맛본 나라가 한국이라면, 그 부를 가장 먼저 잃는 나라가 되는 것도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급망의 한 부분에만 모든 이익이 집중되는 산업은 오래 지속될 수 없고, 한국 메모리 업체들이 직면한 위험은 AI 산업 전반에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첫 번째 위험으로 범용화를 꼽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범용 메모리 사업은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직면했고, 미국 AI 모델 기업들도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의 부상이라는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객들의 장기 투자 약속이 예상만큼 견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기 공급계약과 선급금을 통해 수년간 실적 가시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해왔지만,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이 바뀌면 고객들이 계약 조건을 변경하거나 이탈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우려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에도 적용된다. AI 모델 개발사들이 경기 둔화나 AI 투자 열기 약화 국면에서 데이터센터 임대계약을 유지할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메타가 장부 밖(off-balance sheet) 구조로 추진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부채는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검증 대상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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