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육박 폭염 지속…서울역 노숙인 역사 주변 전전
"단체생활 불편" 기피…쉼터는 폭염 피하는 '사랑방'
10월 드림시티 이전 앞둬…서울시 "대체 공간 마련"
지난 27일 오전 찾은 서울역 광장 한복판은 햇빛을 피할 그늘 하나 없이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나마 그늘이 진 서울역 2번 출구 주변과 지하보도 입구에는 노숙인 몇명이 모여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견뎠다.
서울역 우체국 앞 지하보도에는 박스를 깔아놓고 쉬거나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이 눈에 띄었다. 계단 아래 그늘에는 우산을 펼쳐놓은 채 누워 있는 사람도 있었고 서울역 1번 출구 앞에는 우산 여러 개를 펼쳐 임시 그늘막을 만든 모습도 보였다.
서울시와 지자체는 노숙인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거리에서 만난 노숙인 상당수는 단체생활에 대한 부담이나 시설 적응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입소를 꺼렸다. 일부는 절차가 복잡하거나 사람이 많아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었고 자유롭게 생활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설을 찾지 않는 배경으로 꼽았다.
10년째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모(67)씨는 "쉼터에 들어가는 절차도 복잡하고 단체생활이 맞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이용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아 지금은 밖에서 생활한다"고 말했다.
2~3년째 서울역 일대를 떠돌고 있다는 오모(65)씨도 "사람이 많아서 센터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며 "더우면 그늘에서 버티는 편"이라고 했다.
20년 넘게 노숙 생활을 이어온 한 70대 남성은 "센터에 등록하면 노숙인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 같아 등록하지 않는다"며 "더울 때는 차라리 시내버스를 타고 몇 시간씩 돌아다니거나 은행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설 입소를 꺼리는 이들에게 서울역 인근 민간 쉼터 '드림시티'는 사실상 유일한 피난처다. 낮 동안 폭염을 피하거나 무료 급식소 식사 전 대기,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숙인들은 이곳을 찾았다.
지난 21일 찾은 드림시티는 하루를 보내려는 노숙인들로 붐볐다. 시설 내부는 에어컨이 가동되는 가운데 1층에서는 TV를 보거나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고 지하에서는 바둑을 두거나 컴퓨터로 영상을 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25년 가까이 서울역에서 생활했다는 민모(64)씨는 "아침에 인근 노숙인 쉼터에서 나오면 하루 종일 드림시티에 있다가 밥 먹으러 간다"며 "눈 뜨면 갈 곳이 여기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드림시티는 에어컨도 나오고 컴퓨터도 할 수 있어 편하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라고 했다.
드림시티를 운영하는 우연식 목사는 "하루 평균 300명 정도가 방문한다"며 "노숙인들이 바둑을 두고 컴퓨터를 하며 더위를 피하고 식사 시간을 기다리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숙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이 공간도 오는 10월 문을 닫는다. 임대료가 기존 월 580만원에서 1000만원 수준으로 오르면서 서울역을 떠나 경기 부천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우 목사는 "시설이 이전하면 식사를 기다릴 대기공간은 마련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하루를 보내거나 정서적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라며 "이용자들도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갈 곳이 없어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드림시티가 이전하더라도 기존 노숙인 지원시설과 대기공간을 확대 운영해 이용자들을 분산 수용할 수 있어 큰 공백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자활정책팀 관계자는 "서울역 주변 희망지원센터 등 노숙인 시설을 24시간 운영하며 샤워와 세탁, 야간 숙박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7~8월에는 특별순찰반도 운영하고 있고 현재까지 온열질환으로 인한 응급 이송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드림시티 이용자들이 주로 식사를 기다리는 '따스한채움터'의 대기공간 운영시간을 확대하고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등 기존 시설 이용도 안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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