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장관이 꺼낸 '그린벨트' 카드…효과보다 시간·갈등 변수

기사등록 2026/07/28 14:51:29

서초 23.9㎢ 가장 넓어, 강서·노원·은평 순

서울 공급 구조적 한계…'택지 마련' 목적

지자체 동의 관건…여론도 해제 반대 우세

지구 지정~공급까지 평균 8년 이상 소요

"사회 변화 고려하면 택지화는 신중해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대에 개발제한구역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 2024.11.0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정부가 서울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잇따른 부동산 규제 강화에도 집값 오름세가 꺾이지 않자 시장에 공급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에 지자체 협조가 필수적인 데다가 택지를 조성해 실제 공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수도권 녹지 훼손과 난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한 것도 변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7일 두 번째로 열린 '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라도 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공급특별본부 현판식 자리에서도 "국토부는 추가 주택 공급 의지를 갖고 대상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노후청사 개발, 재개발·재건축,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을 열거했었다.

이는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확보할 수 있는 신규 택지가 씨가 말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정부가 수도권 공공택지에 공급하기로 한 공공분양주택 2만9000호 중 서울은 고덕강일 등 1300호로 4.5% 비중에 그쳤다.

올해 1·29 공급 대책을 통해 수도권 6만호 중 서울에 3만2000호를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1만호), 태릉CC(6800호) 등 과거 정부에서 추진하다 지자체나 주민 반대로 진전이 없었던 부지가 포함돼 재탕 논란이 일었다.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할 경우 대규모 택지 조성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그린벨트 총 면적은 149.1㎢다. 서초구가 23.89㎢로 가장 넓고, 강서구(18.91㎢), 노원구(15.9㎢),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0㎢), 등 순이다. 산이 많아 개발이 어려운 강북권을 제외하면 서초구와 강남구(6.09㎢) 일부 지역이 후보군으로 꼽혀왔다.

실제 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 2024년 11월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5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할 당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2만호)였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의 경우 지자체와의 조율이 관건이다. 서울연구원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50년 정책변천사' 보고서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외곽지역 개발보다 역세권 개발, 정비사업, 저이용·유휴 토지 활용 등 기성시가지 내 자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서리풀지구의 경우 2024년 당시 국토부가 공급 물량 2만호의 약 55%(1만1000호)를 신혼부부 전용인 장기전세주택Ⅱ '미리 내 집'으로 공급하겠다고 설득해 서울시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합동 브리핑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소개하면서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면적을 최소화하고 토지 이용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환경 훼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가속화하고 환경을 훼손할 것이란 반대 여론을 넘어서는 것도 관건이다.

지난해 12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전국 남녀 1005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5.2%)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33.8%, 반대한다는 응답이 54.6%로 반대가 앞섰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54.3%)과 경인(51.7%) 등 수도권에서도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2024년 지정된 서리풀지구의 경우 집성촌을 중심으로 강제수용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송동마을비상대책위원회 등 주민들은 지난 4월부터 시위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 1일에는 국토부를 찾아 성당과 마을의 존치를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린벨트 해제 후에도 실제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도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4곳의 중 67.6%(23곳)은 지구 지정부터 입주까지 8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 주택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긴 하다"면서도 "계속 빠르게 사회구조가 변하는 걸 감안하면 서울의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면서 택지화하는 것은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되 사회 구조 변화에 발맞춰 용도지역지로 되는 것을 복합형으로 바꾸는 작업을 검토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서울의 경쟁력과 지방의 일자리, 교통 중심 인프라 확보에 힘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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